유튜브 영상 속 6개월 아기가 탄산수를 맛보곤 깜짝 놀라 얼굴을 찡그린다. 탄산에 놀란 아기가 손으로 컵을 밀어내지만 엄마는 아이 앞에 또 탄산수가 담긴 컵을 준다.
아기가 탄산수를 먹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탄산수를 먹은 아기들은 괴로워하지만 부모들은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말한다. 이런 행동은 가족의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 있을까, 아동학대일까.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어린 자녀가 유튜브 영상 속에서 매운 김치를 먹거나 탄산수를 마시고 괴로워하면서도 부모의 요구에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이 공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아동 출연 유튜브 100건 중 3건이 아동학대'라는 연구 결과와 함께 유튜브에 공개된 아동 관련 영상 중 일부가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아동이 출연한 유튜브 40개 채널의 동영상 4690개에서 방임·정서적 학대·신체적 학대 등 3개 카테고리로 분석한 결과 영상 내 아동학대 발생률은 3.24%였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아동학대로 분류된 영상 중에는 3세 아이에게 탄산수를 먹여 놀라게 하고 우는 아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행위, 부모가 아동이 앞에서 악성댓글을 읽는 행위, 성인 위주의 고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아동에게 구걸하듯이 구매·구독 요청을 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학대 유형별로는 방임(42.3%), 정서적 학대(34.4%), 신체적 학대(23.3%) 순으로 집계됐다. 노골적인 신체 학대보다는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한 방임과 정서적 학대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같은 결과에 부모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때리거나 꼬집는 신체적인 학대, 아이를 혼내는 정서적인 학대가 아닌 아이와 웃으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학대로 볼 수 있느냐는 입장과 아동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본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모(35)씨는 "일부 유튜브 영상 중에는 정말 아동학대가 의심될 정도로 가학적인 내용이 있다"면서 "애들 앞세워 돈 버는게 사이버 앵벌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두 아이를 둔 최모(43)씨는 "아기한테 탄산수라니,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는 영상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유튜브를 많이 사용하는데 아이를 괴롭히고 부모가 웃는 이런 영상을 볼까 봐 무섭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기도 안양에 사는 이모(32)씨는 "요즘은 영상으로 취미로 찍어 가족의 추억을 남겨놓는 사람들도 많다"며 "때리거나 꼬집는 가학적인 행동은 하면 안되지만 아이와 장난치는 모습을 두고 타인이 학대로만 해석하면 조금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 매체의 보도에 학대의심 사례로 제기된 유튜버는 자신의 SNS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유튜버는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아동학대와 전혀 상관없는 저희 영상을 쓴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아이 앞 부부싸움 몰카라고 보도됐는데 몰카가 아닌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해 보는 라이브 방송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도에서는 아이가 겁을 먹고 도망가도 다시 촬영하기 위해 아이를 끌고 왔다고 했는데 아이가 도망가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만지려는 아이를 만지지 못하게 했던 것이고 아이는 다시 돌아와서도 영상이 끝날 때까지 방긋 웃으며 저희와 장난쳤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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