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감찰위마저”… 尹해금에 당황한 與 vs 어깨핀 野

“믿었던 감찰위마저”… 尹해금에 당황한 與 vs 어깨핀 野

‘전세역전’… 서부지검으로 추미애 관련 사건 배당하며 역공 나선 검찰
대통령, ‘동반사퇴’로 방향 잡나? 추 장관, 국무회의 후 대통령과 ‘독대’

기사승인 2020-12-01 17:50:07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직무배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행정법원에서 인용됨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처벌’에 앞선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윤 총장을 향한 압박의 부당함을 호소해왔던 야권은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발단은 1일 오전 10시부 진행된 법무부의 감찰위원회 결과가 공개되면서다. 감찰위는 이날 강동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위원 중 7명이 참석해 3시간가량의 격론을 거친 후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결정, 수사의뢰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해 “부적정하다”고 결론 내리고 시정을 권고했다.

윤 총장에게 징계청구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고, 소명기회도 주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던 만큼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 것. 나아가 감찰위원들은 감찰위 자문규정 변경,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정에서 절차위반 의혹 등 이른바 ‘감찰위 패싱’을 두고 법무부를 질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해 전날(30일) 열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감찰위의 권고가 이뤄진 직후 받아들여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윤 총장의 직무배제명령의 효력을 일단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민주당은 말을 아꼈다. 심지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린 본회의를 마친 후 나오며 기자들이 감찰위 논의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아직 뉴스를 못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포착한 사진에는 김 원내대표가 본회의 중 감찰위 결과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본회의 중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논의결과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와 관련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룬 배경에 대한 질문에도 “잘”이라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 등 다급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였다. 이후 지금까지 윤 총장과 관련된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당은 감찰위와 법원의 결정이 당연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법무부 감찰위도 법원도 정의와 상식에 손을 들어줬다. 정도는 멀리 있지 않다.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아집과 궤변으로 뒤틀다보니 온 국민이 가시밭길을 거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갈 이는 윤석열 총장만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덧붙여 “벼랑으로 치닫던 폭추(暴秋) 열차를 아이러니하게도 법무부의 감찰위원회가 멈춰 세웠다. 감찰위원회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한 결정을 내렸다. 절차적 논리와 합리에 근거한 지극히 당연한 판단임에도, 정상적 의사결정이 이렇게나 극적이고 반갑게 느껴지는 건 나라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입장은 같았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애당초 중대 비위 혐의가 없는 검찰총장에 대해 진행된 추미애 장관의 무리한 징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어리석은 망동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비난하며 “추미애 장관은 이성을 찾고 주변을 돌아보기 바란다. 실리도 명분도 없는 싸움은 이제 멈추라”고 권유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1일 오전 10시 국무회의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10여분간 독대를 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12시 경에는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 일동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위원들은 “오로지 법리와 양심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대통령, 법무부 장관, 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무법(無法)부’라는 비아냥을 듣는 법무부의 수장을 바꿔야 한다. 정부, 여당은 이번만큼은 해당 재판부에 대한 욕설과 신상털기 등 ‘사법공격’을 하지 말길 당부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의 역공도 시작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윤 총장이 업무복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상대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이 제기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추 장관은 감찰위의 논의결과를 전해들은 직후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했다”며 사실상 감찰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는 정세균 국무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가진 후 나온 발언이기에 무게가 더욱 실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사퇴로 가닥을 잡고, 추 장관이 위원장으로 내일(2일) 열릴 예정인 징계위원회 전후로 윤 총장의 사퇴를 끌어내려는 포석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내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 과정과 결과, 이후 청와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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