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이 위험하다…날드‧리아엔 NO마스크 ‘역콕족’ 빽빽 [가봤더니]

서울역이 위험하다…날드‧리아엔 NO마스크 ‘역콕족’ 빽빽 [가봤더니]

서울역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가보니…전국 각지 손님 '역콕' [르포]

기사승인 2020-12-03 04:00:03
역사 내 카페 등이 문을 닫으면서 기차 승객들이 패스트푸드 점포로 몰리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점심 시간 많은 손님이 몰리면서 거리두기 지침은 지켜지기 어려워 보였다. / 사진=한전진 기자
점심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장시간 매장에 머무는 손님들이 많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기차 시간 전에 점심 먹으려고 와봤는데,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있어서 그냥 나왔어요. 지금은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잖아요.”

2일 낮 12시에 찾은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이곳 2층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난 김경자(64‧여)씨는 일행들과 발걸음을 돌리며 이같이 말했다. 40평 남짓한 매장 내부에는 그의 말처럼 30명 가량의 손님이 빽빽하게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현재 정부 방역 지침에 따르면, 50㎡(약 15평) 이상 식당(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은 테이블 당 한 칸을 띄우거나 1m 거리두기 등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유명무실했다. 

보통 입구에서 이뤄지는 QR코드 인증, 체온 검사 절차도 주문 후 식사를 받고 나서야 이뤄졌다. 이마저도 점심 손님이 몰리다 보니 점원이 꼼꼼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한 고령의 손님은 QR코드를 찍는 듯 핸드폰을 대는 시늉만 하곤 곧장 테이블로 향했다. 12시 반쯤이 되자 매장은 사람들로 더욱 북적였다. 아이와 캐리어를 끌고 온 부부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지 9일째.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서울역 이용객들이 역사 패스트푸드점으로 모여들고 있다. 주로 업무 또는 나들이로 지방을 가기 위해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리거나, 서울로 오는 손님들을 맞기 위해 대기하는 일명 ‘역콕족’들이다.

거리두기로 대합실의 앉을 자리도 줄어든 데다, 추위에 사람들이 내부 대기 공간을 찾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역은 최대 유동인구가 몰리는 서울시의 관문으로 일평균 이용객만 6만명이 넘는다.

매장 출입을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대합실은 환기 등으로 추위가 느껴졌다. / 사진=한전진 기자
전화통화를 하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1층의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입구에서 출입 절차를 진행했지만, ‘테이크 아웃’이라는 말만 하면, 절차 없이 들어가 주문이 가능했다. 이들이 내부 취식을 해도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입구를 지키는 한명의 점원은 손님들이 먹고 난 테이블을 치우고, 출입 관리까지 신경 쓰느라 매우 바빠 보였다. 

자리를 잡은 손님들은 햄버거 세트를 시켜놓고 보통 30분 이상 장시간을 보냈다.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다반사였다. 식사를 하다 여기저기 전화 통화를 하는 손님도 눈에 들어왔다. 노트북을 켜두고 업무를 보는 듯한 회사원도 적지 않았다. 흔히 스타벅스 등 카페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점원들이 이따금씩 나와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식사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공허 속 외침이었다. 

반면 기존 역사 내 카페는 매장의 의자를 모두 올려둔 채로 영업 중이었다. 이따금 음료를 테이크 아웃하는 손님만 있었을 뿐, 넓은 내부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카페 내 취식 금지로 서울역의 감염 위험은 오히려 더 커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콕족’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역 특성상 대기 공간이 필요한데,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현재 대합실 좌석은 양끝에 두 명만 떨어져 앉을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 매장을 나서던 서송희(56‧여)씨는 “짐도 있고 한데, 추운 대합실에서 서 있기도 힘들어 주변을 찾아봤지만 결국 패스트푸드점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식사 할 때는 빼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 이 매장으로 모인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감염)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카페 몇 곳이라도 열어놨다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분산되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역사 내 위치한 카페. 매장이 텅 비어 있다. / 사진=한전진 가자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들. / 사진=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