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경우가 있다. 그건 대개 주식이 저평가될 때다. 주식가격을 방어하기 위함도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그런 면에서 솔선수범했다. 올해만 5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재미있는 건 자사주 매입 시기를 전후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주사 전환 1년…올해 첫 거래일 매입
우리금융에 따르면 손 회장은 올해 첫 거래일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1월은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년이 된 때다. 손 회장은 지주 체제를 안착시키고 주주가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2개월 뒤 손 회장은 자사주를 다시 사들인다. 역시 5000주다. 당시 손 회장을 포함해 우리금융 경영진이 단체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매입규모는 1만1782주다. 3월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된 시기다.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코로나 리스크가 거세지자 금융주를 둘러싼 우려도 상존했다.
손 회장은 결국 4개월 만에 자사주를 세 번째 매입하기에 이른다. 이때가 4월 중순이었다. 두 번째 매입이 3월 중순이었으니 매입주기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팔자’ 바람이 거셌다. 당시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불안해진 시장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네 번째 매입은 4개월 후인 8월에 이뤄졌다. 이때는 권광석 우리은행장 등 자회사 대표들도 가세해 자사주 8만주를 매입했다. 우리금융 경영진이 합심한데는 또 이유가 있다. 상반기 그룹 실적이 지난 연도에 비해 40%이상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측도 자사주 매입 배경을 하반기 수익성 회복을 위한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의지에 뒀다.
손 회장은 그러다 이달 들어 또 자사수를 매입했다. 그룹 펀더멘탈이 견조하다는 자신감과 새해 새 각오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자사주 매입 전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를 완료해 비 은행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손 회장은 이번을 포함해 자사주 8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매번 5000주씩 2만5000주 매입…11일 종가기준 9억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매입규모다. 손 회장은 매번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이에 관해 우리금융 측에서는 ‘손 회장 판단에 의해 매입하는 거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자사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지난 1년간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해서 매입시기마다 환산액수를 알 수는 없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명확하다. 지난 3월 6000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꾸준히 올라 1만 원대를 회복했다. 11일 종가(1만300원)를 기준으로 하면 금액으로 환산 시 9억 원이 넘는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챙기는 배당금도 많이 챙긴다. 지난 연도 우리금융 1주당 배당금은 700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배당금은 6170만원이다. 배당금은 내년 주총 때 더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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