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체험기] 민간인증 시대, 아직 범용성엔 한계 보이네

[쿡 체험기] 민간인증 시대, 아직 범용성엔 한계 보이네

공동인증서, OTP 요구 등 여전한 번거로움
민간인증서는 금융거래 전면도입 아직 안돼

기사승인 2020-12-15 01:00:04
▲ 카카오 인증서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제공=카카오페이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지난 10일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고 민간인증 시대가 열렸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라는 이름으로 이름을 바꿔 단다. 이와 함께 개별 은행들과 네이버, 카카오, 통신3사의 인증앱 PASS, 토스, 페이코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민간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계좌이체 등 금융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 공동인증서가 아직 우위를 차지했다. 다른 인증서들은 범용성에서 한계가 있었다. 세금 납부나 실손보험 가입 등 일부 업무에서 일부 민간인증서들을 쓸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간인증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은 기존 공인인증서를 다른 인증서들이 대체하기는 어려웠다. 어디서든 적용가능한 범용성을 만족시키는 민간인증서는 없었다. 쿡기자가 직접 민간인증서를 발급해 사용해 보며 한계와 가능성을 짚었다. 

▲금융인증서 가입화면. 여전히 보안카드나 OTP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구현화 기자


공인인증서→공동인증서, 간편해졌지만...OTP 번거로움은 여전


기존 공인인증서 지위를 갖고 있던 금융결제원은 은행권 공동 금융인증서비스를 지속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존의 복잡함을 간소화하고 생체정보 및 클라우드 저장을 도입한 '금융인증서'라는 새로운 인증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플러그인 등 5~6개에 달하던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기자는 자주 쓰는 우리은행에서 금융결제원에서 발급한 새로운 금융인증서를 발급받아 봤다. 기존에 쓰던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니 아래에 '불편한 인증서는 그만! WON 금융인증서'라는 문구로 새 인증서를 홍보하고 있었다.  

다만 실제로 가입하는 과정은 금융이라 그런지 여타 민간 인증서에 비해 여전히 까다로웠다. 휴대폰 본인인증과 성명, 생년월일, 휴대폰번호를 인증하면 가입이 끝나는 보통의 민간인증과는 달리 '보안카드/OTP 인증'이나 신분증 촬영 및 계좌인증을 거치는 '비대면 실명확인' 인증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이를 마치면 6자리 핀번호와 패턴, 생체인식(지문, 페이스ID, 홍체인식)을 통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썼던 고객이라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영문 대소문자와 숫자를 필수로 조합해야 했던 복잡한 비밀번호 대신 지문이나 패턴 등을 이용해 더 편리하게 로그인할 수 있다. 다만 생체정보 등 입력 시 약간의 멈춤 현상이 나타났다. 

이외에 각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각사가 자체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 NH원패스, 하나원큐 모바일 인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은 금융결제원에서 발급한 인증서처럼 타기관 인증서 등록이 안 되고, 각 은행 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NH은행에서 발급한 금융결제원 인증서는 KB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KB은행에서 발급된 모바일인증서만 등록했다면 NH은행에서 사용할 수 없다. 

KB모바일인증서는 KB국민은행 모바일을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지난 9월경 정부의 시범서비스 후보로 카카오, NHN페이코, 통신3사 패스, 한국정보인증 등과 함께 5개 사업자로 발탁된 바 있다.  

▲ 네이버 인증서의 편리한 UI. /제공=네이버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코 민간인증 써보니..."되는 것이 별로 없네"


전반적으로 신규 민간인증은 기존 금융권 인증보다도 유저 인터페이스(UI)가 훨씬 편리한 게 장점이었다. 또 가입과 인증이 편리하다. 기존 공인인증서가 은행ID와 OTP정보까지 요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름과 휴대폰·주민번호·비밀번호만 있으면 되고,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도 필요 없다. 

허나 가장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쓸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자체 앱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해당 앱을 깔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간편한 인증서 가입과 함께 다양한 인터넷 기업의 부가적인 금융 서비스나 페이서비스를 이용해볼 수는 있겠지만, 순전히 인증서만을 위해 별도로 가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네이버는 네이버 앱을 깔아야 인증서를 쓸 수 있다. 네이버 화면에서 메뉴에 들어가 '안심 발급하기'를 누르고 '10초만에 발급받기'를 누르면 된다. 본인인증 후 네이버 ID가 있는 고객이라면 네 개 정도의 정보동의에 확인을 누르면 바로 네이버인증서가 만들어진다. 지문 생체인식을 택했더니 매우 간단하게 가입이 이뤄졌다.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사용이력은 어떤지도 바로 확인 가능했다.

살펴보니 세금이나 주민세, 재산세, 면허등록세를 네이버 인증으로 납부할 수 있다. 공공시설 사용료나 과태료, 민방위훈련 온라인교육도 가능하다. 메리츠, DB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흥국화재 등 52개소에서 본인인증이 가능하고, 네이버페이와 연동하면 바로 요금 납부도 가능하다.

현재 네이버는 12월 한 달안 네이버 인증서를 발급받은 고객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지급하는 등 대대적인 인증서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라이벌인 카카오보다 제휴된 기관 수가 적은 단점이 있다. 

카카오의 경우는 카카오페이 앱을 다운받아 실행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의 '전자문서' 메뉴에서 '인증'을 누르면 '인증서 발급'창으로 넘어간다. 대표적인 인증은 국민연금공단과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LH공사, 서울시 등 100여곳이다. 네이버가 국민연금 인증을 아직 지원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 인증은 범위가 더 넓다.

이외에 KB증권,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에서도 보험료 조회와 주식거래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곳도 그만큼 더 폭넓게 느껴졌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알림톡 기능도 가능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다. 금융결제원 서비스를 제외하면 민간인증 중에서는 가장 전통 있는(?) 느낌이다. 

▲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 /제공=카카오페이

토스인증의 경우도 토스 앱을 다운받고 가입한 후 토스인증서를 내려받으면 된다. 별도의 ID나 비밀번호 없이 생체 인증 혹은 6자리 PIN번호만 입력하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페이코 역시 마찬가지로 이름, 주민번호 앞자리, 휴대폰 번호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간편 본인인증이나 출금계좌 등록 시에 사용하기 편하다는 안내가 나와 있다.  

다만 토스인증이나 페이코인증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달리 어디서 인증이 가능한지 안내문구가 전혀 없어 처음 내려받는 이들은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 보였다. PASS인증의 경우 기존 휴대폰 가입자는 편리하게 이용 가능했지만, 역시 안내가 그리 친절하지는 않았다. 

공통적으로 민간 인증서의 경우 은행 업무는 아직 많이 제한됨을 느꼈다. 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는 카카오와 토스 인증서를 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기존의 공인인증서(공동인증서) 나 은행 자체 구축 인증서가 여전히 구축돼 있었다.

특히 은행 잔액 확인이나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대출 업무를 보려고 할 때는 여전히 공동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소득정보나 건강보험료 등을 불러올 때 사설인증서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24나 청약홈, 홈택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여전히 공동인증서를 사용해야 했다. 인증서를 깔았는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니, 범용성 측면에서는 민간인증의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정부가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사업자 심사가 마무리되고 은행들이 점차 민간인증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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