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필수노동자는 보건·의료·돌봄·배송·환경미화 등 국민의 생명 또는 비대면 사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 장관은 이날 필수노동자의 취약한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관계부처 합동 집중 관리를 통한 방역 강화 △열화상카메라·칸막이·소독기 등 방역물품 지원 △업무상 질병 예방을 위해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건강진단 지원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종사자에게 고용보험 적용 등이다.
열악했던 필수노동자의 업무 환경은 코로나19 이후 더욱더 어려워졌다. 비대면 사회를 지탱하는 인력이기에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택배 등 배송업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평균 업무 시간은 주당 71.3시간이다. 법정근로시간인 52시간을 훌쩍 넘어선다.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분류 작업은 35%, 배송작업은 26.8% 늘어났다.
환경미화 업무도 마찬가지다. 미화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품 등 부피가 큰 재활용 쓰레기가 늘면서 업무량도 늘었다.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두 차례 공정으로 소각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대여섯 차례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며 “수집·운반부터 선별, 소각까지 모든 업무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부분 민간업체 소속인 돌봄 노동자들은 방역 물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는 최소한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개인 스스로 챙겨야 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이미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의료진의 피로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필수노동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환영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을 내놨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직종별 건강진단 등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택배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주5일제, 휴식 등을 보장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이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각 택배업체에서 발표한 과로사 대책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도 꾸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노동 종사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추가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고용 대책, 생활이 가능한 임금과 적절한 복리후생 등이 필요하다. 재가방문 돌봄에서는 기본근무시간 보장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다른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는 청소와 수집·운반, 재활용 선별, 매립·소각 등이 있다.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대책이 아닌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단 한 차례만 듣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그나마 일상적인 생활이 유지되는 것은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라며 “응당한 지원과 혜택을 신속하게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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