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최근 앞다퉈 진출하고자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위해 금융사들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 카드라는 칼자루를 쥔 금융위원회 때문에 울고 웃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불만이 커지자 인허가 심사중단제도를 손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군데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금융사들이 통합·관리해 대출비교 등 소비자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 사업 본인가 신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심사까지 통과한 네이버파이낸셜의 2대 주주인 미래에셋대우로 인해 본인가 심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네이버가 그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었던 이유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문이다. 금융사가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경우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해당 금융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 심사가 자동으로 중단된다. 따라서 네이버파이낸셜로서는 본인가 신청을 하더라도 중단될 것이 뻔하다 보니 서류조차 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최근 상황이 변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를 전환우선주로 바꿔 보통주 지분율을 기존 17.66%에서 9.5%로 낮추기로 결정해서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하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이 10% 미만으로 떨어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 신청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파이낸셜 이외에도 대주주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금융사는 많다. 대표적으로 삼성카드와 카카오페이, 한화그룹 계열 금융사들이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 마찬가지로 2대 주주인 앤트파이낸셜의 문제로 예비허가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한화그룹 계열 금융사의 경우 대주주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진행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주주 문제로 신사업 진출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금융권에서는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핀테크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사활이 걸릴만큼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지는데, 주주사가 해당 업체와 관련이 없는 사유로 제재를 받더라도 심사가 중단된다는 규제는 과도하다고 생각된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도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업권 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스템의 법적 안정성 제고를 위해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 승인시 운영하고 있는 심사중단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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