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에 관한 이견은 없다”면서도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국민의힘이 다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유력 정치인임은 분명하지만 다소 반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이른바 ‘원죄론’의 당사자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정치권에 등장한 배경이 바로 그의 사퇴였다. 결국 김 위원장의 ‘3자구도 승리 가능’ 발언은 안 대표만을 바라보는 당 내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후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는 13일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승률을 높일 방법은 기호2번(국민의힘) 단일화”라고 못박았다.
특히 안 대표를 향해 “선거에 나오겠다고 한 것은 좋은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계속 간만 본다”고 발언했다. 그가 여전히 단일화에 관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음을 꼬집은 셈이다.
다른 범야권 인사들 역시 안 대표에게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특히 과거 그와 함께했던 ‘안잘알’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안 대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때 안철수 계로 평가받았던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가 2018 지방선거에서 1000명이 넘는 낙선자를 만들고 참패했을 때 선거 직후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고자 미국에 가버리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나는 그에게 미국행은 안 된다고 조언했지만 결국 가버렸다. 낙선 후보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그 충격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지난 11일에도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론이 불거졌던 당시 실제 논의까지 진전되면서 최고위에서 처리해야 할 중대 사안이 많았어야 했다. 그런데 비공개회의로 전환한 뒤 10분 이상 계속된 날이 별로 없었다. 통합과정이 최고위에 보고되지 않고 안철수 대표에게만 따로 보고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과거 안 대표와 같은 노선이었던 김 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 역시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안 대표와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다. 이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행보가 용두사미 식으로 끝날 것이다. 안 대표의 정치는 항상 비슷하다. 패턴이 있다. 과거 단일화 과정 중에 보였던 모습을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며 “나 아니면 안 돼. 내가 나가면 이기고 네가 나가면 진다는 얘기를 할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한 번 다들 겪어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안 대표 측은 이에 거친 반응을 보였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철수에게 주어지는 국민적인 요구나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인식이나 해결 방향의 차이에서 오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이른바 ‘안잘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장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원도 아니었던 분들이 최고위원회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좀 알아보고 반박을 할 일”이라며 “왜 안철수를 아냐 모르냐로 시비를 거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고쳐야지 이를 지적하는 소비자에게 욕을 하고 거짓말을 하면 그건 사기범”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신뢰가 바닥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평론가 역시 안 대표가 다소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 교수는 “그가 게임을 잘한다고는 하지만 단점 중 하나가 고집 때문에 타이밍을 잃는 것”이라며 “사실 지금 협상을 해야 했다. 단일화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한다. 거기서 정하면 된다. 결국 정치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지금 투표하면 150석까지 얻을 수 있는 정당”이라며 “그가 국민의힘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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