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관심받는 아이, 배 아픈 어른

[친절한 쿡기자] 관심받는 아이, 배 아픈 어른

기사승인 2021-01-22 18:43:08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야! 이 기자X아, 때리기 전에 똑바로 해. 가만히 안 둔다…’

이것은 쿡기자가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받았던 악성 댓글 중 하나입니다. 당시 한 극우 성향 사이트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해당 기사가 사이트 내에 ‘박제’되면서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습니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내용부터 성희롱, 협박까지. 앞서 언급한 댓글은 그중 수위가 낮은 편에 속합니다.

댓글을 읽는 내내 충격과 공포의 파도 속에서 코로 물을 먹어가며 허우적거렸습니다. ‘클릭’해서 게시 글을 펼친 순간, 마음 한편 지옥의 문도 같이 열렸죠. 그들의 행동은 비상식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에게 정상과 비정상은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나’ 그 밤 햇병아리 기자는 잠이 들지 못했고, 감정의 동요는 꽤 오래갔습니다.

글의 힘은 셉니다.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글은 더욱 셉니다. 성인도 맥을 못 추고 쓰러지는 악성 댓글 도마 위에 어느 날부터 아동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어른 못지않은 춤사위를 자랑한 아이, 귀여운 먹방으로 관심을 끈 아이, 천재 소년으로 방송에 나온 아이, 동요대회에 나온 타국의 아이까지. 인지도가 오를수록 매서워지는 칼날 앞에 맨몸의 아이들이 서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만행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두 살 난 일본 아이가 한국인에게 욕을 들을 이유도 없습니다. 조회 수 높은 영상으로 쉽게 돈을 버는듯한 유튜버 탓에 팍팍한 삶이 더욱 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어른들의 열등감 때문에 초등학생이 비난을 들을 까닭 역시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나 봐/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저를 알고 있나요/제가 왜 그렇게 밉나요’ 방송에 나온 이후로 악성 댓글에 시달려온 한 아동이 지은 자작곡 ‘정말이지 이젠 그만해’의 가사입니다. 아이를 이토록 괴롭게 만든 이가 어른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배설에 가까운 혐오와 욕설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쿡기자는 그것이 죄 없는 아이의 상처가 아니라 손끝으로 죄를 지은 어른의 처벌이길 바랍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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