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세체탑(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으로 거듭난 '너구리' 장하권이 LPL(중국) FPX로 이적한 뒤 많은 팬들의 관심사는 공석이된 '한체탑(한국 최고의 탑 라이너)' 자리였다. 누군가는 T1의 '칸나' 김창동을 거론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젠지e스포츠의 '라스칼' 김광희를 언급했다.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의 일정이 절반이 지난 지금 한체탑 후보는 두 명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젠지의 김광희와 KT롤스터의 '도란' 최현준이 그 주인공이다.
김광희의 소속팀인 젠지는 지난해 로스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아카데미 유망주 미드라이너 '카리스' 김홍조를 콜업했고, 정글러인 '플로리스' 성연준은 영입했다. 관계자들은 젠지의 선수들이 1년동안 합을 맞춰왔기에 올해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최현준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사실상 지난해 주전 탑라이너로 자리매김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해의 경우 KT 부동의 에이스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지나친 공격성으로 상대의 노림수에 어이없게 끊기는 경우도 많았지만, 올해의 최현준은 그러한 모습을 눈에 띄게 줄였다.
KT는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DRX와의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한화생명e스포츠와 공동 1위에 자리했다.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던 DRX였기에 두 팀의 대결에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첫세트 최현준은 '나르'를 선택했다. DRX의 탑 라이너 '킹겐' 황성훈은 '럼블'을 선택해 초반부터 라인전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기 초반 '표식' 홍창현의 '릴리아'가 '감미로운 자장가(R)'를 통해 나르를 잡아내면서, DRX의 초반 설계는 성공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대규모 교전(한타)단계에서 나르의 진가가 계속해서 발휘됐다. DRX는 최현준을 포커싱하며 전투를 시작했지만, 분노관리를 잘한 나르가 궁극기 '나르!(R)'를 사용해 진영을 헤집어놨다. 연이은 승리로 KT는 모든 오브젝트를 독식했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록 한표차이로 '유칼' 손우현에게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를 내줬지만, 3표를 받으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2021년 최현준의 지표는 매우 뛰어나다. LoL e스포츠 통계를 다루는 ‘gol.gg’에 따르면 상대 라이너와의 15분 골드 격차는 +452로 11명 가운데 3위, 팀내 데미지 비중은 33%로 1위, 분당데미지 역시 668로 1위다. 동시에 생존력도 준수하다. 평균 데스는 2.3으로 11명 중 3번째로 적다.
자신의 지표에 대해서 최현준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표본이 적어서, 의미는 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기분은 좋다"며 웃었다. 또한 지난해에 비해 갱킹대처 능력이 올라간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확실히 자연스럽게 감으로 체득이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물오른 최현준의 모습을 보면, 지난해 서머 이후 각성한 장하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LCK 시청자들도 있다. 장하권은 분명 LCK내 상위권 탑 라이너였지만, 극단적인 공격성으로 인해 안정성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립데스'는 그를 가리키는 안 좋은 시그니처 지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머 스플릿 이후 장하권의 플레이스타일은 180도 바뀌었다. '오른'과 같은 한타 중심 챔피언을 사용해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장하권은 상하이에서 세체탑으로 거듭났다.
장하권 역시 개인방송에서 이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솔랭에서 도란 선수를 만났는데, 정말 빡셌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현준은 "나도 그 영상을 봤다"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너구리 선수가 리스펙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1년 최현준의 목표는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급 탑 라이너'가 되는 것이다. 2020년 여름의 장하권이 그랬던 것처럼, 최현준이 2021년 거대한 경험치 통을 모두 채우고 레벨업을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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