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선영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죠”

[쿠키인터뷰] 김선영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죠”

기사승인 2021-02-02 08:00:02
사진=배우 김선영. 리틀빅픽처스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배우 김선영은 기술 시사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를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연기한 희숙 때문이 아니라, 문소리가 연기한 미연에게 마음을 쏟았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전 화상을 통해 만난 김선영은 “배우자도 자식도 언니도 동생도 부모도 미연에게 너무 버겁겠다는 생각에 아무도 울지 않는 지점에서 울고 말았다”면서 “아이도 키우고 연기도 하는 제 삶이 떠오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자매’는 각기 다른 성격과 상황에 놓인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선영, 문소리와 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문제적이지만 문제적이지 않은 세 자매를 연기한다. 세 자매 중 김선영은 “언니가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첫째 희숙 역을 맡았다. 순탄치 않은 삶 속에서도 언제나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답답할 정도로 “미안하다”는 말만 하던 희숙이 처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을 때, 관객은 희숙 대신 울고야 만다. 

“딸 보미(김가희)를 붙잡던 장면에선 그 상황에 놓여 그냥 (대사를) 던졌어요. 이번 작품에선 거의 첫 테이크에 연기를 끝낸 것 같아요.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희숙이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런 습관들도 계획하고 연기한 건 아녜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한 거죠. 다만 그 여자, 희숙의 마음으로 연기했죠. 딸에게 진심을 고백하고 질문하는 그 순간 정말 그게 궁금했고 쑥스러웠어요. 그리고 두려웠죠. 툭 쓰러져서 죽을까 봐요. 그래서 처음으로 딸에게 진심을 이야기한 건데, 그게 또 상대에겐 상처가 됐을 거예요.”

사진=배우 김선영. 리틀빅픽처스

‘세자매’를 봤다면 “본능적으로, 그 상황에 놓여 연기했다”는 김선영의 말이 대단하게 들린다. 그만큼 김선영은 작품에서 여지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희숙의 뒷모습을 비추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김선영은 인물의 굴곡과 그늘을 말없이 표현한다.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춘 문소리가 그를 두고 “천재”라고 말한 이유다. 김선영은 문소리의 평에 관해 “언니가 자꾸 그러니까 기분이 좋다”면서 웃었다. 

“정확한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하하하. 연기할 땐 그 순간 내가 느끼는 만큼 표현해요. 애써 노력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움직이려고 해요. 그게 ‘오케이’가 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서 부딪히고 깨지기도 하는 거죠. 배우는 내 감정을 재료로 삼아서 표현해야 해요. 느껴지는 만큼 움직여야 하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억눌리면 안 돼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선생님의 권유로 친구들과 함께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열여섯의 김선영은 연극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장이 하고 싶어서” 연출을 맡았고, 연극이 끝나자 교실 뒤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 연극 연출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대로 내달렸지만, 연출을 공부해 보니 “복잡하고 커다란 것”이어서 연기로 진로를 바꿨다. 그렇게 다수의 연극무대를 누비던 김선영은 이제 무대뿐 아니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시청자와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는 연기자가 됐다. ‘응답하라 1988’ ‘동백꽃 필 무렵’ ‘허스토리’ 미쓰백’ 등에서 보여준 김선영의 연기를 ‘신스틸러’ ‘감초’ 등의 단어로만 수식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작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여러 감정을 내미는 배우 김선영에게 연기 철학을 물었다. 그는 “맨일 변한다”고 답하며 인터뷰 내내 짓던 웃음을 또 한 번 지어 보였다.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그게 저에겐 가장 중요한, 말하자면 핵심 같아요. 사람이랑 노는 것이 좋고요. 물론 연기하면서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죠. 그러나 역시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배우는 어떤 한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할 의무가 있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가치 있고, 재미있죠.”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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