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시신’이 나타났다. 시신 주위로 완장을 찬 이들이 모였다.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생사 갈림길에 놓인 이들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5일 오후 피해자 단체는 금감원 앞에서 윤종원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기관 중징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이날 제재심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과 본인들 참관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날을 세웠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사태 당사자가 아닌 일반 직원 참관도 시키면서 정작 피해자 참관을 막고 있다.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재심은 지난달 28일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날로 연기됐다. 피해자들은 앞서 열린 은행 실무진과의 간담회에서도 원금 전액 보상을 전제한 자율협상 제안이 무산되자 독기를 단단히 품은 듯 했다. 피해자들은 회의 참관을 요구하며 입장을 시도했지만 직원 제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오갔다. 진입에 실패하자 그들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인쇄물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세칙에 따르면 대회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위윈회 심의 결과도 금융회사의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할 수 있다.
다만 제재심과 분쟁조정 절차가 사법절차에 준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만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잘못된 제재규정을 폐지하고 기업은행을 중징계로 단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원, 219억원 규모로 환매가 지연됐다. 기업은행은 이외에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라임 펀드도 294억원어치 판매했다.
한편 제재심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금감원 1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제재심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 등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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