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리그' LCK, '1황'도 '최약'도 없다?

'황부리그' LCK, '1황'도 '최약'도 없다?

기사승인 2021-02-06 06:30:02
사진=2020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 담원 기아. 라이엇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한화생명을 이긴 T1을 이긴 아프리카를 이긴 샌드박스를 이긴 DRX를 이긴 KT를 이긴 농심을 이긴 젠지를 이긴 담원을 이긴 프레딧을 이긴 한화생명.' 보기만 해도 혼란스러운 이 문장은 현재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코리아(LCK)'의 상황을 단적으로 요약한 것이다.

'2021 LCK 스프링 스플릿'이 오는 7일 경기를 끝으로 1라운드 일정이 종료된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었던 1라운드였다.

2020 LCK 서머 스플릿과 비교해보면 이같은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위였던 설해원 프린스의 최종전적은 1승 17패, 9위를 기록한 한화생명은 2승 16패다. 한화생명의 경우 1라운드 전패를 기록했고, 설해원은 2라운드 전패를 기록했다.일단 올해 스프링 스플릿에 1라운드 전패팀은 없다. 현재 10위인 리브 샌드박스는 이미 1승을 거뒀고, 9위인 프레딧 브리온도 2승을 챙긴 상황이다.

프레딧은 LCK 신입생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프레딧은 4일 KT롤스터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프레딧은 지난해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기아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팀이기도 하다.  

아직 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샌드박스 역시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텀듀오가 아직까지 폼을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미드를 포함한 상체의 힘이 강력하다. 휴식기가 진행되는 동안 바텀의 폼이 조금이라도 올라온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2월 5일 기준 LCK 순위표. 네이버 E스포츠 화면 캡처

5일 젠지e스포츠에 패한 농심 레드포스는 8위로 떨어졌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교전단계에는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농심은 세트 4연승을 달리던 KT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이전까지 KT는 T1을 상대로 역전승, DRX에게 2대 0 완승을 거뒀다. 농심 역시 저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중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아프리카 프릭스, KT, T1은 모두 3승 4패를 기록중이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초반 김기인의 부진과 함께 선수들의 합이 맞지 않는 모습이 맞물려 고전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했다. KT는 스토브리그 당시만 해도 전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 돌입 후에는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과 '유칼' 손우현의 활약으로 이 같은 평가를 뒤집었다.  

전통의 스프링 강호 T1은 '칸나' 김창동의 부진으로 흔들렸지만, '제우스' 최우제의 출전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아직 불안정한 경기력이지만 관계자들은 "T1은 결국 올라올 팀"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젠지 e스포츠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4위 팀인 젠지는 주전 라인업이 지난해와 거의 동일하다. 지난해보다 선수들의 합과 판단이 더욱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서로 무슨 플레이를 하고 어떤 성향인지 잘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3강'으로 분류되는 DRX, 한화생명, 담원이 있다. 이들은 5승 고지를 선점했고 상위권다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DRX는 주전선수 4명의 이탈과 '씨맥' 김대호 감독의 5개월 자격정지 등 각종 악재로 하위권이 예상됐다. 하지만 '표식' 홍창현을 중심으로 '뉴 DRX 4인방'이 활약하면서 '소년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난적 젠지를 꺾으며, 자신들의 강함을 증명했다.  

창단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한화생명은 밈(Meme)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강팀이 됐다. FA 최대어였던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를 나란히 영입했고, '모건' 박기태·'아서' 박미르 등 알짜 선수를 데려왔다. 
미드 주도권을 바탕으로 정글러가 성장하고, 이를 통해 탑·바텀 라인이 편해지는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추운 봄밤, 쇼메이커가 들려드립니다 | 담원 기아 vs. 한화생명 Game2 H/L 01.29 | 2021 LCK Spring Split

2020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담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너구리' 장하권이 FPX로 이적했지만, '칸' 김동하를 영입해 전력누수를 최소화했다. 비록 프레딧에게 충격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의 경기력도 뛰어나다.

대체적으로 최근 2년 동안 LCK에서는 소위 '승수 자판기'의 수모를 겪은 최약체 팀이 존재했다. 2019 스프링·서머의 진에어 그린윙스, 2020 서머의 한화생명·설해원. 최약체 팀의 경기력은 굉장히 저조했다. 당연히 팬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경기의 긴장감은 떨어졌고, 흥행적인 측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무언가 다르다. 2021 LCK 스프링 스플릿은 강팀과 약팀이 구별돼있지만, '최강'과 '최약'은 없다. 하위권 팀이 강팀을 잡아내는 업셋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관계자들은 물고 물리는 치열한 경쟁 구도가 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준 해설위원은 최근 중계방송마다 "LCK가 진정한 황부리그로 거듭난 것"같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 "모든 팀이 저력이 있고, 각자의 색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이같은 흐름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진했던 팀들의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경험상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극명해지면 경기마다 집중력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팀들의 전력이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가 된 것 같아 더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올해 LCK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10개 팀 모두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 '1황'도 '최약'도 없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판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주인공은 누구일지 주목된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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