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배우 윤정희씨가 프랑스에서 방치됐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8일 윤정희 지인이라고 밝힌 이미아 한불문화교류단체 한국의 메아리 대표는 방치 의혹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정희씨는 남편과 딸, 손주와 함께 너무 행복하고 평안하게 잘살고 있다”라며 “최근 2~3년 사이에 증세가 악화해 요양원 대신 전문 간병인을 두고 딸이 직접 돌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런 허위와 억측이 난무하는 도구로 전락했나”라며 “국민청원이라는 창구가 취지와는 달리 허위와 거짓에 악용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상반된다.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글에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윤정희가 남편인 백건우씨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프랑스 파리에서 홀로 투병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와대가 개설한 온라인 청원 플랫폼이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7년 출범했다. 국민이라면 모두 청원 작성이 가능하고, 한 달 내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사안에 답변한다. 정부와 국민 간 쌍방향적인 소통 창구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 게재 등 국민청원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다 보니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특정 대상에 대한 비방·허위사실·욕설을 담은 글까지도 무분별하게 공론화된다. 윤정희를 둘러싼 의혹처럼, 정책이나 입법 문제가 아닌 특정인의 사생활이 거론돼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은 청원이 거짓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3월 25개월 여아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53만 명의 동의를 얻은 해당 청원은 수사 과정에서 허위로 드러났다. 국민청원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물론 불필요한 사안에 국가 인력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원 조작도 이뤄졌다. 지난 1월 온라인에서 익명의 이용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 동의를 눌러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발각됐다. ‘국민청원에 동의해주면 건당 500원’이라는 글과 함께 특정 청원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공유됐다. 현재 국민청원 등록·동의는 별도의 계정 가입 없이 SNS 로그인을 통해 가능하다. 이에 개인이 다양한 계정으로 같은 사안에 동의 표를 던질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현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민청원 제도가 취지에 걸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청원이 어떤 제약도 없이 등록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 부연구위원은 “국민청원 제도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어떤 것이 ‘국정 현안’인지 명시하고, 기계적 수치를 근거 삼아 답변하는 현 청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민청원은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소통창구”라며 “청와대는 국민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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