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KT 롤스터에게 2017년은 기념비적인 해다. 매번 우승컵을 목전에 두고 분루를 삼켜야 했던 KT는 탑 라이너 '스맵' 송경호, 미드라이너 '폰' 허원석, 바텀듀오 '데프트' 김혁규·'마타' 조세형을 한 번에 영입했다. 여기에 위대한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이 중심을 잡으며 슈퍼팀이 탄생했다.
하지만 호흡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KT는 2017년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2017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준우승, 서머 스플릿 3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 탈락. 멤버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다.
이듬해 KT는 주전 로스터의 변동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스프링 스플릿 당시 팀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SKT T1을 꺾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일격을 당하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허원석도 컨디션 난조로 전년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슈퍼팀을 꾸린 KT는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긴 했지만, 중간중간 약팀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특히 승부가 걸린 대규모 교전(한타) 단계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반복되면서 '대퍼팀'이라는 조롱의 칭호를 얻기도 했다.
서머 스플릿 KT는 허원석 대신 17살의 신성 미드라이너 '유칼' 손우현을 로스터에 올렸다. 이것이 반전의 시작이었다. 손우현은 신인이라 믿기 힘들정도의 활약을 보여줬고, 송경호·고동빈·김혁규·조세형도 절정의 경기력을 뿜어냈다. 결국 KT는 그리핀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퍼팀'이라고 불리며 조롱받던 설움을 한꺼번에 날리는 쾌거였다. 하지만 롤드컵 8강 탈락 이후 송경호, 고동빈을 제외한 핵심멤버들이 팀을 떠나면서 KT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스토브리그 이후에도 KT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워보였다. KT 스포츠단의 송해영 경영기획실장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스토브리그는) 결과적으로 명백히 우리의 실패"라며 "팬들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 있다.
하지만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돌입 후 KT는 예상과 다르게 수준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중위권 다툼을 이어가는 중이다. 17일 담원 기아 게이밍과의 경기를 끝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한 KT는 4승 5패를 기록중이다.
지금의 KT에서 2017~2018 KT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팬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도란' 최현준에게 송경호의 모습이, 베테랑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에게 고동빈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전성기급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손우현까지. 바텀듀오의 경기력이 다소 아쉽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폼이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지금의 KT는 2018년보다는 2017년의 모습과 더욱 가까워 보인다. 결정적 순간 아쉬운 플레이로 승리를 내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담원과의 경기에서도 경기가 길어지자 다소 감정적인 플레이로 역전패를 허용했다.
1라운드 '슈퍼'와 '대퍼'를 오간 KT다. 2라운드에는 KT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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