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단 걸림돌...20대 국회 ICT법안 73%가 '규제'

혁신보단 걸림돌...20대 국회 ICT법안 73%가 '규제'

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서 경인교대 심우민 교수 연구 발표

기사승인 2021-02-18 11:37:31
심우민 교수 발표장면 캡처.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ICT 법안 중 73%가 규제법안이며, 이중 의원발의 법안이 92%로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ICT규제 대변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인교대 입법학센터장 심우민 교수는 이 같이 밝혔다. 

심 교수는 '20대 국회 ICT 입법활동 평가 연구결과'라는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대 국회보다 20대 국회가 발의 건수로는 1만건 이상 훨씬 많고 의원발의가 90%로 19대 국회(14%)보다 훨씬 늘었지만, 가결률이 18%로 19대 국회의 가결률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규제포털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규제법안이 31.03% 정도로 나와 다른 위원회(10%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우민 교수팀이 직접 ICT법 법률 55건(법안 수 815건)을 직접 선정한 결과에 따르면 규제 법안의 비중은 포털보다 훨씬 높은 73%이며 비규제법안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제법안 중 의원발의는 92%를 차지했고, 위원장 발의가 5%로 사실상 의원에 대한 발의가 97%를 차지했다. 정부 발의는 나머지인 3%에 불과했다. 이 발의 중 모든 것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반영 수준은 31%에 불과하고 폐기된 법안이 69%를 차지했다. 

심 교수는 "국회에서 규제 중심적으로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을 이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데이터마이닝을 한 결과 사업자, 서비스에 대한 키워드가 많이 나오고 있어 주로 사업자나 서비스에 대한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입법 생산성을 알아보기 위한 추가 연구에서는 입법 전체과정 중 97%인 약 317일이 의원회 및 소의원회 심의단계에서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중 44%가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었다.

법안발의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법안 처리는 연말에 주로 진행돼 위원회 단계에서 논의하지 않고 통과만 시키는 경향성을 확인했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심 교수는 "규제 중심 법안이 정치적 편의성에 연결되어 있고, 법안을 발의해 여론은 만들고 심의를 하지 않는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안 발의 내용에서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문제가 된 내용의 규제만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가짜뉴스 관련 법안의 경우 가짜뉴스가 왜 문제인지를 분석하는 법률안은 거의 없었다. 심 교수는 이를 '발의부터 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또 법안을 낼 때는 입법효과의 예측 및 검토가 필요한데, 이 같은 수행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통 법안 심의를 할 때 전문연의 검토보고서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연의 검토보고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분석이 사라졌다고 봤다. 

심 교수는 "n번방 방지법을 보면 실제로 중요한 사안은 맞지만, 실제로 우려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라며 "넷플릭스법의 경우에도 국내외 사업자 형평성 문제 등을 제대로 고려할 수 없었는데, 이는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속 처리와 임시허가 등 문제 외에도 법령 간 체계성이 무시됐고, 쟁점이 발생하면 시행령에 위임을 해 버리는 방식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예컨대 데이터3법의 경우 통과되고 나서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이 생겨나 테크닉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유럽국가 등에서 통용되는 '가명처리'를 사용하지 않고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만든 사례가 이에 속했다. 

과정론적인 측면에서도 국회에서는 형식적인 심의과정만 운영할 뿐,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예컨대 데이터3법에서 의사록을 보면 위치정보법의 경우 사물 위치정보를 동의를 받지 않아도 괜찮은지에 대한 질의를 했는데, '하기로 했으니 그냥 해 주세요'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는 국회가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 교수는 "타다금지법의 경우에도 자체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나, 정부 부처 등의 의견수렴에 전적으로 의존했다"고 짚었다. 

입법지원기구나 공공기관, 시민단체, 학계 등 30명의 법학 전문가 패널 평가에서 '가장 좋은 법안'은 공인인증서폐지법, 규제샌드박스법안, 데이터법, 지능정보화기본법 등이 꼽혔다. 반대로 '가장 나쁜 법안'은 타다금지법, 가짜뉴스방지법, 포털실검규제법,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 꼽혔다. 

이어 전문가 패널 평가 결과 앞으로 입법 생산성 향상, 법안 심의 실질성, 입법소요시일 적절성, 법안 효과성 및 실질성 등의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심 교수는 "앞으로 입법영향평가의 제도화를 위해 입법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결과공개 활동 등 과학적 입법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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