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T1은 왜 '올라프'를 고집했을까

[LCK] T1은 왜 '올라프'를 고집했을까

기사승인 2021-02-20 08:00:11
사진='올라프'와 '킨드레드'의 매치업. LCK 유튜브 화면캡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정글 챔피언은 '올라프'다.

11시즌 새롭게 추가된 신화급 아이템 '선혈포식자'와 올라프의 상성은 매우 좋다. 공격력 +45, 체력 +400, 스킬 가속 +20, 기본 체력 재생 +150%의 기본 성능이 붙어있다. 패시브 효과인 '앙심'으로 인해 체력을 5% 잃을 때마다 공격력이 1% 증가한다. 신화급 지속효과로는 다른 모든 전설급 아이템에 스킬 가속 +5를 부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액티브 효과 '갈망의 가르기'다. 사용시 주변 적들에게 공격력의 100%에 해당하는 물리 피해를 입힌다. 또한 적중한 챔피언이 많을수록 체력도 회복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아트록스', '레넥톤' 등 유지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챔피언들은 대부분 선혈 포식자를 선택한다. 앞라인에서 탱킹과 딜링을 함께하는 브루저 챔피언에게 '선혈 포식자'는 말그대로 '잇템'이었다.

빠른 초반 정글링과 난전 상황에서의 파괴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올라프는 LCK 팀들이 스노우볼 굴리기 조합을 짤 때 선호하는 정글러 중 하나다. 다만 후반부에 힘이 빠진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초반부터 충분히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했거나, 성장이 말린 경우에는 게임 내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올라프와 선혈 포식자는 말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 올라프는 잃은 체력 1%마다 공격 속도가 1%씩 증가하는 패시브 스킬 '광전사의 분노'를 가지고있다. 선혈 포식자의 패시브인 '앙심'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앞라인으로 들어가야 하는 올라프의 특성상 '갈망의 가르기' 역시 잘 맞는다. 정리하자면 선혈 포식자는 올라프의 태생적 한계인 '유통기한'을 상쇄시키는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11.3패치 이후 선혈 포식자는 하향조정(너프)을 당했다. 라이엇은 패치노트를 통해 "유지력 아이템을 구매하면 유지력을 위해 포기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보통은 피해량을 포기하게 된다"며 "하지만 일부 모든 피해 흡혈 효과 아이템(특히 선혈포식자 및 굶주린 히드라)은 높은 피해량과 회복량을 모두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에 해당 아이템을 조정하여 게임 초반에 압도적인 효율을 보이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진=2021 LCK '올라프'의 지표. gol.gg 홈페이지 화면캡처

이로 인해 액티브 효과인 '갈망의 가르기' 회복량이 공격력의 25% + 잃은 체력의 12%에서 공격력의 25% + 잃은 체력의 8%로 조정됐다. 여기에 11.2 패치에서 올라프의 '광포한 공격(W)'도 하향조정되면서 올라프는 2중너프를 당한 셈이 됐다. 이전까지 올라프는 선픽이 가능한 1티어 정글러였지만, 너프 이후에는 상대방의 조합을 보고 뽑아야 하는 챔피언이 됐다.

19일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의 마지막 경기 T1과 DRX의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DRX는 T1을 상대로 2대 1로 승리했다. DRX는 상체 위주로, T1은 하체를 키우는 선택을 했다. 1·2세트 '표식' 홍창현은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킨드레드'를 꺼냈다. '엘림' 최엘림의 선택은 올라프였다.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은 올라프를 택한 T1의 선택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해설위원은 "지금도 올라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선혈 포식자 너프 이후 선픽으로 뽑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너프 이후 올라프가 예전처럼 중후반 힘이 빠지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초반에 선제적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올라프는 초반 극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에 반해 홍창현의 킨드레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교전때마다 '양의 안식처(R)'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큰 기여를 했다. 2세트에서도 올라프와 킨드레드 매치업이 반복됐다. T1이 기적적인 교전으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냉정하게 말해 DRX의 경기력이 더 좋았다. 정글러의 성장격차도 극심했다.

3세트 엘림은 또한번 올라프를 선택했다. 홍창현의 선택은 또하나의 시그니처 카드인 '우디르'였다. 통상적으로 양 챔피언 간의 매치업은 통상적으로 올라프가 우위를 점한다. 두 챔피언 모두 정글링이 빠르지만, 올라프는 우디르에 비해 더욱 전투력이 강하다. 하지만 3경기에서도 최엘림은 홍창현에게 밀리고 말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T1은 올라프 중심의 조합을 준비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밴픽의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만이 알 수 있다. 다만 합리적으로 이유를 추측을 해본다면, T1은 표식의 우디르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표식은 이날 전까지 우디르 승률 100%(3승)을 기록중이었고, 우디르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DRX의 핵심인 홍창현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T1의 핵심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창현이 2경기 연속 킨드레드를 선택했고, 올라프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며 게획이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LoL에는 '우틀않(우리는 틀리지 않았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밴픽 전략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또다시 동일한 선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때 '우틀않'의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T1의 3연속 올라프는 어떤 의미였을까. 유의미한 하향이 있었음에도 올라프를 선택한 T1의 결정은 결국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경기에서 T1이 올라프에 대해 생각을 바꿀지 주목된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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