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인정보 침해 논쟁이 2차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전금법 개정안을 가리켜 ‘빅브라더 법’이라고 단정했다. 데이터가 모이면 빅브라더를 수반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앞서 법률 자문을 받고 내린 결론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주열 “전금법은 빅브라더법”
이 총재는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면서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통신사를 빅브라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두고 그걸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빅브라더가 맞다”고 일관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느냐”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금융위가 추진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개정안에는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를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관리·수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가 중앙은행 고유권한인 지급결제 관련 관리감독권을 침범하고 있고 해당 법안이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앞서 로펌 두 곳에서 자문을 받고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총재는 법안 발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금융위 측 입장에도 고개를 저었다. 금융결제를 모아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보호와 무관하다는 것.
이 총재는 “지금도 소비자 보호 장치는 있다”라며 “금융결제원 주 기능은 소액결제시스템, 금융기관끼리 주고받는 자금의 대차 거래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런 청산 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도 전했다.
금융위 “전문가 토론 이뤄질 것”
그러나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려는 금융위 기세도 만만찮다. 모든 기록이 모이는 게 빅브라더라는 이 총재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관 수장들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총재 발언에 대한 입장은 없지만 공청회 때 전문가들이 토론할 것”이라며 “우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이고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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