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다문화 가정이란 이유로 제 친구를 폭행한 가해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양은 "제 친구 B양은 다문화 가정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옥상 건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언니들에게 정말 보기 끔찍할 정도의 폭행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는 "B양은 얼굴과 배를 맞았다. (가해자들은) 또 담뱃불로 (B양의) 손등을 지지거나 라이터를 켜 머리카락을 태우고 머리카락에 껌을 엉겨 붙게 했다"면서 "언니 2명이 음료수와 커피를 (B양의) 머리에 부었다. 바지에는 코피를 흘린 자국과 음료수를 쏟아부은 자국이 선명했다"고 설명했다.
A양에 따르면 친구 B양을 향한 또래 집단의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양은 "이전에도 B양은 또래 학생들에게 맞고 옷을 뺏겼다. 온몸에는 멍과 상처로 가득 차 전학가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다문화 가정이란 이유로 제 친구를 때린 폭행 가해자들의 처벌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12시50분 현재 5284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최근 울산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사건과 이어진다. 전날 울산 남부경찰서는 집단폭행 혐의로 10대 중학생 6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1일 한 건물 옥상에서 자신들보다 한 살 어린 중학생 B양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보복 폭행을 우려해 B양에게 신변 보호조치를 제안하고, 가해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해 중학생의 조폭 같은 잔인함에 대한 충격은 물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학교폭력 범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또래 친구들로부터 차별과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1년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8.2%로 2015년 5.0%에 비해 3.2%포인트 늘었다. 해당 조사는 3년마다 시행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 10명 중 5명(48.6%)은 학교폭력을 경험해도 특별한 조치 없이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또 지난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9.2%로 2015년 6.9%에 비해 상승했다. 차별 가해자 중 64%가 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울산 지역카페에는 회원 C씨는 "다문화 가정이 대체 무슨 죄인가"라며 "요즘 학교폭력 문제로 인생 황금기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보고도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정말 어리석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라고 밝힌 D씨는 "이런 사건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이가 클 때쯤에는 사회 전반에 '다름'이 좀 더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면서 "아이들이라고 솜방망이 처벌만 하지 말고 처벌 수위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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