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웨어러블 의료기기 학회, 진료사용 가이드라인 등 나와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의 임상 결과가 곧 나온다. 임상 연구를 주도한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는 “아직 데이터 분석 및 논문 작업이 진행 중이나, 부정맥 진단율이 높아졌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심장질환은 웨어러블 기기 사용에 최적화된 질환이라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 관련 진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고, 의료진 70%가 사용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에서도 ‘원격진료’ 논란을 뒤로한 채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자 100여명 임상으로 진단효과 확인, 불필요한 내원 줄일 수 있어
기존 심전도 검사(홀터검사)의 불편함을 줄인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국내 최초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고, 웨어러블 기기 중 처음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기존의 홀터검사는 24~48시간 동안 몸에 검사기기를 붙인 채 생활해야 한다. 이후 다시 내원해서 장비를 제거하거나 교체해야 하고, 이후 검사결과 확인을 위해 다시 내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부정맥 특성상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검사기기를 부착한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졸도하거나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식형 심전도 기록장치(Loop recoder)’를 삽입해야 하나, 침습적이고 비용부담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기존 방식은 환자 데이터 분석에만 최장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빠른 결과확인이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간편하면서도 장기간 측정이 가능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고, 불필요한 내원을 줄여 환자 편의성도 높였다. 실제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나타났다. 최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처음으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지속적 또는 발작적으로 있고, 원인 모를 뇌경색 증상이 있어 부정맥이 의심되지만 일반 검사로 측정이 어려운 내원 환자 100여명이 대상”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환자등록을 마무리하고 현재 논문작업 중이다. 아직 분석 중이고 결과 발표까지 과정이 필요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 예로, 부정맥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에 검사를 해야 하는데 서울 시내 모든 병원에서 부정맥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빈맥 증상이 의심돼 이 시계를 착용토록 했고, 부정맥이 확인돼 치료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침습적 방법 외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어려웠는데, 웨어러블 기기로 진단율이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반응도 뜨거웠다. 임상에 참여하고 싶어 내원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며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피부에 접촉하는 제품이다 보니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사용 대상자와 제외자를 구분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 감염 위험, 의료격차 줄일 수 있어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와 같은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특히 ‘심장질환’에 적용했을 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대한내과학회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진료과목일수록 코로나19 유행 때 환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의 경우 74% 정도 감소했고, 이어 심장내과가 71%로 감소해 두 번째를 차지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으로 내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심장질환은 기기를 부착해 혈압, 심전도 등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심장질환은)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는 이 기기 사용이 안전한지,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결과가 나온 상태이지만, 앞으로는 어떤 환자에게 기기 사용이 필요하고, 효율적일지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 교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의료격차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에 도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 검사를 진행하게 되면 기기 부착, 검진결과 확인 등을 위해 여러 번 내원을 해야 하는데, 친척이나 지인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숙소를 잡아 며칠씩 머물다 가신다”며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면 이런 불편함이 줄 수 있고 동네 병원에서도 충분히 케어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외국선 ‘웨어러블 의료기기’, ‘스마트 모니터링’ 관련 학회 논문 발표 활발
최 교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몸에 붙이는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가 홀터검사를 대체하고 있고, 웨어러블 의료기기 관련 진료 지침이 만들어지는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진료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아폴로가 발사됐을 당시에도 비대면 기술은 있었다. 즉 기술적으로 (비대면 진료는) 가능하다는 얘기”라면서도 “의료는 윤리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판독하느냐에 대한 이슈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외국의 의료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가 홀터검사를 거의 대체하고 있고, 의료기기 회사가 데이터 분석까지 해서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스마트 모니터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정맥환자들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 의료기기 사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여기에는 미국심장학회, 미국부정맥학회, 유럽부정맥학회,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 등 여러 국제 학술기관과 최 교수가 참여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 2년 사이 심장질환 분야에서 스마트 모니터링,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해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회가 따로 생겨나고, 관련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 부정맥학회지에서 발표한 조사를 보면,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32%는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은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사용하겠다고 답한 의사는 70%였다”며 “미국에서는 지난해 기준 관련 연구만 1000개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환자가 빨리 진단을 받아서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기기 사용이 활성화되려면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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