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결혼 계획이나 임신 계획이 있으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네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과 출산·육아의 양립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임신·출산·육아 관련 불이익 사례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한 병원장은 직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퇴사를 강요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직원은 퇴사했다. 병원장은 해당 직원을 언급하며 “입사할 때는 임신 계획이 없다고 하더니, 몰래 임신한 사기꾼”이라는 험담을 하고 다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산전 후 휴가,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불이익은 불법행위지만 직장 내에서는 편법이 만연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대체인력이나 경영난을 이유로 퇴사하게 만들기도 했다. 출산예정자인 직장인 A씨는 출산휴가를 논의하던 중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지난 1월 전했다. 해고 사유는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이었지만, 실상은 출산휴가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육아를 도우려는 직장인 남성도 관련 불이익을 피할 수 없었다. 중견기업에 10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 남성 B씨는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B씨는 복직 후 첫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 “할일 없으면 휴지통이나 닦아”라는 말도 들었다. 부당한 대우에 지친 B씨는 결국 권고사직 처리를 택했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에 그쳤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세계 198개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1.63명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저출산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제도를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출산·육아휴직 권리를 누리는 것이 ‘죄’처럼 여겨지는 인식 탓이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직장 내 출산, 육아휴직을 사용한 800명 가운데 21.1%가 중요 업무에서의 배제 등 차별을 받았다. 18.4%는 기존부서에서 다른 부서로의 재배치를 겪었다.
결혼·임신·출산·육아의 단계에서 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질책을 듣는 사례도 있었다.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다수였다. 상당수 기업 태도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만 보는 등 배타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아 저출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저출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법을 집행해야 할 정부가 법을 위반하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며 “상시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피해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법 위반 사업주를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현행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만 규정하고 있다”며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대해서도 제재를 해야 한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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