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 1주, ‘위태’… 확진에 긴급해산도 벌어져

등교수업 1주, ‘위태’… 확진에 긴급해산도 벌어져

“학교방역과 학생건강 방관하나?” 우려와 비난 직면한 교육부
과정은 지자체와 학교 자율에, 책임은 보건교사에게 떠넘겨져

기사승인 2021-03-05 05:00:17
2021학년도 첫 등교를 시작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포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업식에서 학생들이 인사를 하고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자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신규확진자가 연일 400명 전후로 발생하는 와중에도 지난 2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주간의 학교현장은 한마디로 ‘전쟁통’이었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무관심과 준비부족, 책임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개학을 앞두고 “등교연기는 없다”며 예정대로 2일부터 유치원과 초 1~2학년의 매일 등교를 안내했다. 다만 학생들이 교실 내에 밀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제외한 등교확대의 경우 중학교까지의 등교가능인원을 전교생의 3분의 1로 제한했다. 고등학교이거나 학교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최대 3분의 2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대원칙만을 세웠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역별·학교별·학년별 세부운영은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에 맡겨졌다. 지역별, 학교별 특성에 따라 방역방침이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어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은 심해 밀집도를 고려해 격일로 등교를 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교육부 방침이 매일 등교하라는 것이다 보니 맞벌이 부부나 일부 학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은 예외를 두고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도 받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대로 매일 등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당장 서울 남부의 한 초등학교는 갑작스런 감염우려로 인해 등교했던 학생들이 급히 학교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고,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는 어린이집과 영어유치원, 학원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에 이은 긴급방역, 원아와 원생, 학무모들의 긴급진단검사가 단체로 이뤄지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한 학부형은 재계약을 1년 앞둔 임기제공무원임에도 육아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철저한 방역을 한 유치원과 학교에서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가 극소수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어린이들의 확진률이 낮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최근 이런 인식이 계속 깨지고 있어서다.

이 학부형은 “집 주변 어린이집 3곳에서 어린이 확진자가 5명이나 나왔다”며 “질병관리청장 논문결과와 달리 결코 애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에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서 재계약을 사실상 포기하고 아이 교육과 건강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말을 남긴 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떠났다.

교육부의 준비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정 청장 논문의 전제인 ‘철저한 방역’을 위해 교육부가 준비한 ‘코로나19 자가진단앱’이나, 학생들의 비대면 공공학습 관리시스템이자 화상교육 프로그램인 ‘e학습터’ 등의 잦은 오류와 접속문제, 학교 현장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운영 등이 문제시됐다. 

2021학년도 첫 등교를 시작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포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업식에서 학생들이 인사를 하고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보건교사들의 가슴에 교육부가 비수를 꽂았다”

이 과정에서 ‘자가진단앱’ 관리자 지위가 주어진 보건교사를 향해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도 알려지며 보건교사들의 분노와 눈물까지 자아내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국보건교사회는 4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보건교사에게 격려는커녕 비수를 꽂는 교육부 처사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등교수업이 시작된 지난 2일 일부 학교에서 ‘자가진단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한 점을 두고 교육부 관계자가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학교에서 반 편성을 미리 하지 않아 학생정보가 확인되지 않거나, 자가진단앱 관리권한을 보유한 보건교사가 출근하지 않아 자가진단앱을 활용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고 한 해명이 보건교사들의 가슴에 박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앱의 학적정보 입력과 관리는 담임교사 또는 학적 담당교사가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매년 2월은 교사들의 전출입과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이 있는 시기로 학적 반영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런 학교 현장의 업무절차를 무시하고 2월 18일까지 모든 학교가 학적반영을 완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이미 예견된 혼돈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교육부는 자가진단앱에 대한 연수나 교육도 제공하지 않았다. 학생이 1000명이 넘어도 1명뿐인 보건교사들은 학교로 빗발치는 민원을 응대하며 계속 오작동하는 자가진단 시스템구축을 위해 단순한 매뉴얼에 의존해 고군분투해야했다. 관리자 권한은 줬지만 보건교사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2020년에는 보건교사들에게 학교방역을 위한 컨트롤타워라는 역할을 부여하며 아무런 지원도 없는 무인도 같은 고립된 업무환경 속에서 쏟아지는 방역지침을 학교에 적용해야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금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과 관리소홀로 발생한 혼란을 보건교사에게 전가했다”며 진정한 사과와 정정보도를 통한 실추된 보건교사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등교수업 운영을 지역별·학교별 자율에 맡긴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획일적인 지침으로 인한 감염확산 가능성도 있어 일단 자율성을 보장하고 3월 한 달간 일선 학교들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교사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인 ‘온라인클래스’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LMS인 ‘e학습터’의 오작동과 문제에 대해서는 4일 오류수정과 기능개선·추가가 이뤄져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전했을 뿐이다. ‘자가진단 앱’의 문제나 보건교사 업무여건개선 및 지원 등은 언급도 안 했다.

이를 두고 차미향 전국보건교사회장은 “울고 싶은데 뺨때리는 식”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 학교방역과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져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쏟아지는 지침과 책임에도 회피하지 않고 홀로 싸우며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던 보건교사들에게 숨 돌릴 지원이 아닌 숨 막을 책임전가만 주어진 셈이다.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답답함을 토해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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