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아바타로 우울증 극복 훈련...게임 치료 효과는?

게임 속 아바타로 우울증 극복 훈련...게임 치료 효과는?

의료현장서 디지털치료제 속속...치료보조수단으로 주목

기사승인 2021-03-11 03:48:02
인지행동 치료게임 행복누리프로그램의 한 장면.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친구가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갑니다. 이 때 아바타의 감정은 어떨까요?” 우울증을 치료하는 인지행동치료게임 ‘행복누리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만약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면 ‘친구가 나를 못 본 체해서’, ‘친구가 나를 싫어해서’ 등 부정적인 생각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뇌가 꾸며낸 ‘가짜 생각’이라는 점을 게임을 통해 배우는 식이다. 우울증상이 있는 청소년 25명에 5주간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니 우울증을 재는 PHQ-9 척도점수가 평균적으로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참여 그룹에 비해 우울감, 주의력, 삶의 질, 자존감도 향상됐다. 
 
게임을 통해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목적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정신과분야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게임 형태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많다. 청소년 대상 우울증 치료 게임인 행복누리 프로그램에도 ‘감정-생각-행동’의 상관관계를 배우고, 생활 속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담아냈다. 여기에 ‘친구 사귀는 법’. ‘학습능력 증진’ 등 청소년들에 필요한 훈련을 함께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생각과 감정, 행동은 수레바퀴처럼 연결돼 있다. 생각을 변화시키면 행동이 달라지고, 감정이 변화한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 인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의 우울은 우울로 표현되지 않고 분노나 공격성, 짜증 등으로 나타나곤 한다. 감정을 건설적으로 표현하고, 짜증이나 화를 참는 연습 등을 게임 속에서 훈련할 수 있게 했다”며 “대면 치료가 어려운 아이들에서 치료 동기를 끌어내고, 접근성을 높기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리는 청소년들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4명 중 1명은 심각한 우울을 경험했을 정도로 정신건강이 취약하지만, 학업, 입시 등으로 정신건강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에는 비대면을 통한 치료프로그램이 대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심한 우울증에서는 게임 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치료 대상자의 참여와 치료 순응도도 매우 중요하다. 신 교수는 “게임 프로그램은 경도의 우울증에서 시행하는 치료적인 보조수단이다. 경증 우울증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증 우울증에서는 반드시 약물치료, 대면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도 중요하다. 치료 순응도 낮으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라며 “가족, 선생님, 치료자가 등 치료 지지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 의료현장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접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디지털치료제 사용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당뇨, 비만 관리에 적용되기 시작해 정신건강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추세”라며 “게임 프로그램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대면진료를 받고나서 가정에서 훈련하는 용도, 그리고 우울증 치료가 끝난 후 유지요법 등 여러 가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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