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아닌데…” 유통가 ‘쇄신’ 외치며 줄줄이 선장 교체

“인사철 아닌데…” 유통가 ‘쇄신’ 외치며 줄줄이 선장 교체

기사승인 2021-03-17 03:21:02
유통업계가 연이어 수장 교체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둔화와 실적 부진, 신 성상동력 확보 등의 고민이 담겨있다. /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인사철이 끝난 시점임에도 유통가의 수장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뒤바뀌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다. 주로 온라인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돌파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에서 감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홈플러스, 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롯데온 등 총 4명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급변하는 유통 시장 환경에서 쇄신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인식에서다. 인사철이 아님에도 실적이 부진하면 언제든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경고로도 풀이된다. ‘순혈주의’라는 말도 점차 흐릿해져가는 추세다.

이달 4일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는 최근 '롯데온'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났다. 롯데그룹은 조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와 함께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7개 온라인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조 대표는 롯데온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온의 통합 시너지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롯데온의 쇄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30년간 그룹에 몸 담았던 롯데맨이다. 순혈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 수혈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수적인 롯데가 외부 책임자를 들인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도 지난 1월 물러났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홈플러스는 "임 사장이 개인적 사유로 고용 계약 종료를 먼저 요청한 것"이라며 "회사 측이 만류했지만 그 동안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하며 임 사장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쇼핑 트렌드 속에서 올라인(온라인+오프라인) 전략을 내세워왔지만, 선두주자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2019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액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를 보유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임 대표의 후임으로 다수의 후보와 접촉 중이며 온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떠오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도 선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달 8일 하송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쇄신에 나섰다. 위메프는 한때 쿠팡의 적수로 평가됐으나, 배송 전쟁에서 밀리며 존재감이 희석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 대표는 앞으로 기술 기반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새로운 위메프의 재도약을 이끈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베이코리아도 8년 만에 대표가 바뀌었다. 지난 1월 변광윤 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이베이재팬을 이끌었던 전항일 사장이 신임 대표로 자리했다. 지난 2000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한 변 사장은 2013년 대표로 승진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진행중인 만큼 새로운 체제 준비를 위해 수장을 교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유통업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는 물론 쿠팡 미국 상장과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 굵직한 이벤트로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업체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재정비 하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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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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