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터커(Tucker: The Man and His Dream, 1988)’와 기업가 정신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터커(Tucker: The Man and His Dream, 1988)’와 기업가 정신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3-17 14:02:00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이 영화는 천재적인 미국의 모험적인 사업가로써 자동차 설계가였던 프레스톤 터커(Preston Tucker, 1909~1956)의 비극적인 생애를 조명한 영화다. 자동차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해 각광을 받다가,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라는 ‘빅3’에 대항하여 순수한 열정만으로 안전하고 편한 획기적인 자동차를 설계했으나, 그들의 엄청난 힘을 뛰어넘지 못하고 끝내 좌절해야만 했다.

영화 중에서 그의 꿈의 좌절의 단초가 된 고소사건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터커는 25건의 횡령혐의와 5건의 주식매매법 위반혐의로 고소당한다. 그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가의 혁신정신은 결코 죄가 될 수 없다’고 자신을 변론한다. 그의 변론은 배심원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가 소송사건을 치르는 동안, 그의 자동차회사는 이미 저소득층을 위해 조립식 주택을 지을 러스트론 회사에 압류되어버림으로써, 끝내 그는 당시 자동차산업의 대 메이저들과 그들과 결탁한 정치 세력에 의해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만으로 평생을 살았던 터커는 실의에 빠져 법정사건이 있은 지 6년 만에 병으로 사망한다.

인류의 발달은 꿈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말을 보고 더 빨리 달리기를, 새를 보고 날아보고 싶은 욕망을, 고기를 보고 물속을 탐험에 보고 싶은 욕망을, 단지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이의 실천을 위해 노력한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문명의 발달이 이루어져왔다. 그 꿈을 꿀 당시에는 마치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겠지만 말이다.

enterprise(기업)의 형용사인 enterprising은 ‘모험적’, ‘진취적’이란 뜻을 갖는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란, ‘기업가로서의 모험적․진취적 정신’, 즉 ‘새로운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가면서도 기업 성장을 위한 뚜렷한 의지 및 창조적인 자세’를 말한다. 이는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지 ‘새로운 기업이나 조직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조직 내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얼마든지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가치 창조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새로운 제품 도입,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공급원 개척, 새로운 산업조직의 발명’을 제시한 바 있다.


매일경제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분석한 ‘기업가정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비교’(2020. 6.30.)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 순위가 OECD 회원국 35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기업가정신 지수는 다음 8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다. 즉, ‘기업가에 대한 사회 평판’(14위), ‘기업가에 대한 직업 선호도’(22위), ‘규제 등 경제제도 수준’(27위), ‘개인의 경제활동 참가율’(29위), ‘대기업 비중(중소기업의 대기업으로 성장 정도)’(27위),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4위), ‘기업 체감경기(미래 투자 의지)’(34위), ‘기업과 개인의 법률 신뢰․준수 수준’(20위)이었다.(이진우, “(바운스백 코리아 <2부> ⑪) 칠레에도 밀린 한국…기업가정신 죽어간다”, 매일경제, 2020. 6.30.).

한국이 경제대국이 된 원동력이 된 것은 “이병철의 인재 활용과 철저한 사업성, 박태준의 집념과 목표의식, 정주영의 직관력과 돌파력” 등의 불굴의 기업가정신(조재호, '한국의 경제발전과 기업가정신'에서)이었으므로, 이의 제고가 필요하다.

터커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는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실패한 ‘혁신적 기업가’의 대표적인 예이다. 1940년대 말 기존의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터커차’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꾼 취급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코폴라 감독은 터커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기존의 거대세력의 음모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나 내면세계 묘사에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동 시대를 함께 살지 못했고, 그의 면면을 완벽하게 알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의 혁신에 대한 의지만은 현재에도 시사해주는 바 크다.

그를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혁신의지와 기업가정신에 의해 구현된, 혁신적인 공기 역학 스타일 차체, 산산이 부서지는 안전 유리창, 안전벨트 등 그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오늘날의 자동차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영원한 승리자이다. ‘진정한 승자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실패자’인 셈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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