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킹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SBS 월화극 ‘조선구마사’는 방영 전부터 넷플릭스 ‘킹덤’과 비교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 왕세자가 정체 모를 생시 출몰로 위기에 처한 백성을 구한다는 기본 설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22일 막을 올린 ‘조선구마사’는 ‘킹덤’과 달랐다. 새로운 세계관 대신 이것저것을 조합한 허술한 설정이 자리했고, 장르적 미감을 더해야 하는 장면엔 필요 이상의 잔혹만 남았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다. 사극에 엑소시즘을 결합한 이 드라마를 방송사와 홍보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라고 정의했다.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등 선굵은 사극 연출로 이름난 신경수 PD와 최근 ‘닥터 프리즈너’ ‘철인왕후’로 주가를 올린 박계옥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배우 감우성이 태종을 연기하고 배우 장동윤이 충녕대군, 박성훈이 양녕대군 역을 맡는다.
첫 회에서는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의 출몰로 조선이 혼란에 휩싸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태종(감우성)은 생시를 막고자 충녕대군(장동윤)에게 서역의 구마신부인 요한(달시 파켓)과 통사인 마르코(서동원)를 한양까지 무사히 데려오라는 임무를 내린다. 매사냥에 나섰던 강녕대군(문우진)도 생시의 습격을 받는다. 태종은 이 소식을 듣고 환궁한 양녕대군을 크게 질책한다.
‘조선구마사’는 판타지를 위해 여러 요소를 뒤섞었다. 하지만 거대한 반죽을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빚어내진 못했다. 태종이 함주성 전투 끝에 생시를 물릴칠 때, 그 옆엔 서역 사제가 십자가를 들고 함께한다. 겉모습이나 움직임이 좀비와 닮은 생시는 단순한 크리처가 아니다. 서역 악령인 아자젤에게 영혼을 먹힌 존재라 서역식 엑소시즘이 필요하다. 기묘한 설정을 더하기만 해 충격적인 장면이 계속 나와도 신선하지 않다. 주제를 이질적인 설정에 녹여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킹덤’과는 다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내기도 했다. ‘조선구마사’의 시대 배경은 조선 초이고 실존인물인 태종, 충녕, 앙녕이 주인공이다. 다만 이 드라마에는 실존하지 않았던 허구의 인물이 역사적 인물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실존인물이 아닌 원명왕후(서영희)는 태종의 부인으로, 강녕대군(문우진)은 태종의 막내로 자막 소개된다.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려는 장치로 보인다. ‘킹덤’도 조선이 배경이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다.
‘조선구마사’가 첫 편에서 내놓은 답변은 빈약하다. 왜 좀비와 닮았으나 좀비는 아닌 생시여야 했는지, 왜 서역의 사제가 등장하는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왜 실존인물이어야 하는지, 무엇도 명확하지 않다. 이해가 어려우니 몰입도 어렵다. 중국풍 소품을 이용해 역사 왜곡 논란까지 불붙어 감상은 더욱 힘들다. 화면 완성도와 연출력 또한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과 비견해 특출나지 않다. 배우들의 열연은 빛나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볼까
‘킹덤’과 무엇이 다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 말까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에겐 절대 권하지 않는다. ‘19세 이상 시청가’임을 고려해도 수위가 높다. 조선시대 배경 사극에 중국식 월병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는 시청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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