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10일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를 부동산 논란이 뒤덮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으로 향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문제를 거듭 문제 삼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어제(28일) 고위당정협의회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초강력 대책을 협의했다”며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한 4대 시장교란행위 근절의지와 부당이익 5배 환수조치 등 정부여당의 강경한 입장을 재차 전했다.
이어 “야당 서울·부산 시장후보가 공교롭게도 부동산 의혹과 잇따른 거짓말 시비에 휘말려 있다”며 “둘 모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중대한 흠결로 온 국민이 부동산 때문에 실망하고 있는 이 시점에 시장이 되겠다는 이들이 해명되지 못하는 부동산 의혹을 안고 있다는 것은 엄정하게 심판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야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했다.
김태년 공동상임위원장은 직접적으로 오 후보를 저격했다. 그는 “오 후보의 거짓말(내곡동 셀프보상 관련 해명) 스무고개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거짓말을 입증할 또 다른 증언자도 나타났다”며 “처가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영원히 정계를 떠나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발적인 대국민 약속에 책임을 지고 유권자를 기만하지 말고 사퇴해야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은 오히려 커져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격논란에 휩싸이고, 정부여당이 주도한 일명 ‘임대차 3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인식돼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논란까지 더해졌다.
두 사건의 단초는 지난 25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자료다. 변 장관의 경우 2020년 12월 31일 기준인 이번 전자관보에 따르면 본인 소유의 방배동 아파트(129.73㎡, 구 39평)를 6억5300만원으로 신고했다. 재작년(2019년)에 신고한 5억9000만원보다 6300만원(10.7%)이 올랐다.
문제는 변 장관이 재산을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변 장관의 방배동 아파트보다 전용면적이 적은 105.74㎡(구 32평)형 주택 올해 1월 실거래가는 14억8000만원이었다. 심지어 지난 15일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가격으로도 변 장관의 아파트는 9억500만원이었다.
열흘 늦게 발표된 관보 상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2억5000만원가량, 실거래가와는 절반이상 낮았다. 물론 불법이나 편법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재산신고시점과 기준이 국토부의 발표시점이나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청와대 정책실장인 김 전 실장 문제도 정부와 정책을 향한 불신과 실망을 부추겼다. 대통령이 투기근절과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에 강한 의지와 확신을 보였지만, 정작 정책적 조언과 지원총괄을 담당하며 가장 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의 행동이 국민적 반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임대차3법 시행 2일 전인 지난해 7월 29일 법에서 정한 전세보증금 인상 상한기준인 5%를 훌쩍 넘는 14.1%(1억2000만원)를 올려 9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야권과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 아시타비)’ 행태의 전형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김재식 부대변인은 김 전 실장을 ‘신형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고 명명하며 “자신은 불편하지 않게 시행 전에 다 정리하고 국민보고는 기다려 달라는 그의 정신세계를 ‘내로남불’로 부르기엔 모자라다. ‘자아분열’ 상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두 사건이 정부의 발표나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힘 있는 권력자들이 현실과 정책의 빈틈을 편법적으로 활용하거나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풀이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논란이 ‘여당리스크’로 해석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강조하고 정부가 추구해온 공정과 상식, 정의라는 3가지 가치가 공적 영역에서부터 무너졌다는 증거들인 만큼 여당 리스크(위험요인)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으로라면 획기적인 대책이나 인사혁신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2030세대의 표심이탈이 지지층인 4050세대로까지 이어지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때문인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또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정하는 듯 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한 것.
이와 관련 박기녕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후보가 내놓은 ▲공시가격 상한제 ▲부동산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찬성의견 등을 근거로 “정부여당의 정책기조와는 다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본인의 당선을 위해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손절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청와대는 29일 김 전 실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그를 이례적이고 즉각적으로 경질하고 후임 인선을 발표했다. 김 전 실장 또한 이임인사에서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빨리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역할”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과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정부여당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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