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로저와 나(Roger & Me, 1989)’와 윤리경영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로저와 나(Roger & Me, 1989)’와 윤리경영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3-31 21:16:25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미국의 대표적인 ‘국민기업’을 하나 든다면 GM(General Motors)을 들 수 있을 것이다.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는 말을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로저와 나(Roger & Me, 1989)>는 1988년 이 GM사에서 이루어진 대량해고 사태를 다큐맨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평화로운 자동차 공장 도시 플린트시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GM사는 경제가 어려워지자 9년 동안 4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고, 공장폐쇄 등을 통해 만 명을 추가 해고할 예정이었다. 이는 GM 공장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50%를 넘는 수치였다. 1988년, GM의 당시 회장이었던 로저 스미스는, 시간당 임금이 미국의 1/4에 불과한 멕시코로 공장이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플린트시에 있는 11개 공장을 폐쇄한다. 공장폐쇄에 따라 실업률이 25%나 증가했고, 자살, 배우자학대, 알콜중독, 폭력범죄 등의 사회문제를 겪게 된다. 결국, 실업상태에 빠진 노동자 3만여 명이 자신들의 집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떠남으로써, 플린트시는 버려진 빈집들로 마치 유령의 도시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이 영화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나(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로저(GM의 로저 스미스 회장)를 직접 만나 그가 저지른 만행으로 인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의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라고 권하기 위해 그를 쫓아다니며 겪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인지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이 영화는 플린트에서 상영할 수 없다.”에 이어 “극장이 전부 문을 닫았으니까”로 끝난다.


기업의 목적이 이익 극대화에만 있다면, 비싼 국내 노동력을 포기하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종업원들을 과감히 해고함으로써, 지역사회가 몰락할 지경에 이른다면 그 기업의 존재이유가 없다. 기업의 이익도 기업 자체만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업윤리가 필요하며, 기업윤리에 입각한 윤리경영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기업윤리’란, ‘기업행위의 옳고 그름이나 또는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에 대한 판단기준의 체계’를 뜻한다.

윤리경영은 ‘기업윤리에 입각하여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기업이 준수해야 할 가치와 사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윤리경영(Moral Management)은, 경제적 책임(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판매를 통하여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 법적 책임(경제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제반법규를 준수해야 할 책임), 윤리적 책임(법적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사회통념에 의해 형성된 윤리적 기준을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책임), 자선적 책임(사회적 기부활동과 같이 기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무상으로 전달하는 행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중국의 혜왕(惠王)이 천하에서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맹자가 찾아갔다. 그 때 혜왕이 묻기를 “노인장께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찾아 주시니 장차 우리 나라에 어떤 이(利)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어찌 이만을 말씀하십니까. 이로움보다 인(仁)과 의(義)가 더 소중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孟子')

이를 기업에 대비시켜볼 때, 기업은 이익만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윤리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행위는 개인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윤리적 표준에 맞추어서 평가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법적․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며, 사회 속에서 ‘건전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어야 한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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