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차량 수백대 다니는데"..포천 초등학생 위험천만 등굣길

"군용차량 수백대 다니는데"..포천 초등학생 위험천만 등굣길

"인도 만들어 달라 요구 수차례 무산돼" 주민들 분통
"교통사고 예방, 어린이보호 최우선 공감대가 중요"

기사승인 2021-04-15 10:53:01
포천시 노곡리 387번 지방도. 주민들이 아찔하게 도로를 걷고 있다.  윤형기 기자

[포천=쿠키뉴스 윤형기 기자] "군용트럭 등이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질주하는데도 인도가 없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매일같이 군용차량 수백대가 다녀 포천에서 매우 위험한 등굣길로 언급되는 노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13일 오후 1시쯤 경기 포천시 노곡리 387번 지방도로 교차로. 군용트럭과 장갑차가 연신 도로를 다니고 있었다. 인근 관광지로 향하는 승용차 수십대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주민들이 아찔하게 이곳을 걷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날 군인 10여명을 태우고 가던 군용트럭이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도 현장에서 목격됐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이 크게 다쳐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도 만들어 달라 요구 수차례 무산돼" 주민들 분통

인근 아파트 주민과 학부모들은 학교 주변인 이곳에 인도가 없어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인도가 설치돼 있어야 할 곳에 화단이 만들어져 있거나 도로폭이 좁아 아이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위험한 등하굣길을 걷고 있다.

아침마다 인근 약수터와 공원으로 향하는 주민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른 시간이라 어두운데다 차들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아슬아슬한 장면이 매일같이 연출되고 있다.

군용차량과 일반차량 수천대가 매일같이 질주하며 아이들의 등굣길을 점령했지만 주민들의 인도 설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번번이 무산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와 교육청 등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서로 떠넘기며 수년째 이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방도의 관리청인 경기도가 심의를 맡아 시군에 예산을 내려주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은 사업 대상지에서 배제돼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 각 시군에서 올라오는 사업을 심의하는데 아직까지 공사가 안 됐다면 대상지에서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중장기 계획에 해당 사업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포천시 노곡리 387번 지방도. 군용차량 수백대가 이 곳을 다니고 있다.  윤형기 기자

"교통사고 예방, 어린이보호 최우선 공감대가 중요"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 숨진 이른바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민식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등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에 대한 여러 법안이 발의돼 시행중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도로 역시 인도는커녕 과속방지턱이나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보험처리 등을 제외한 경찰 사고처리건수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만 총 62건, 이 도로에서는 8건의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예방 시설물 관리 등을 통한 사고예방, 어린이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감대 형성이 함께 이뤄질 때 사고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교통 전문가는 "인도나 과속방지턱 등의 안전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면 사고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다"며 "어린이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moolgam@kukinews.com
윤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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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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