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지금 신입사원 최쿠키씨는 패닉 상태다. 팀원들에게 회의 안내 메일을 돌리라는 상사의 지시 때문. 격식을 갖춰 메일을 쓴 경험은 대학교 교수님께 보낸 게 전부인 최쿠키씨. 업무용 메일은 처음이라 제목을 어떻게 써야 할지, 참조에 누구를 넣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동공이 흔들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최쿠키씨의 사연이 내 이야기 같은 사회초년생들을 위해 ‘업무용 이메일 작성 기본서’를 준비했다. 순백색의 내 메일함에 지울 수 없는 흑역사를 남기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이 기사를 정독할 것.
‘이메일 쪼렙’ 최쿠키씨, 안녕하세요. ‘이메일 작성 고수’로 가는 쿠키씨의 첫걸음을 함께하게 돼 영광입니다. 업무용 메일? 어렵지 않아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지금부터 최쿠키씨가 적은 메일을 살펴보며, 찬찬히 배워봅시다.
A. 제목에는 용건만 간단히
제목 짓는 법부터 알아볼까요. 업무용 메일 제목은 30자 내외로 소속과 용건을 간결하게 적는 게 기본입니다. 수신자가 한눈에 용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일일이 클릭해 내용을 읽어야 하는 제목을 불편하게 여기는 상사들이 많다는 걸 기억하세요.
소속은 대괄호를 활용해 제목 가장 앞에 적는 게 좋아요. 사내용 이메일이면 소속된 팀명을, 사외용 이메일이면 회사명을 표시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세요.
B. 인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내는 게 ‘국룰’
메일의 시작은 ‘안녕하세요’라는 걸 잊지 마세요. 계절이나 날씨 같은 인사 문구도 괜찮아요. 단, 인사가 너무 길면 안 좋아요. 읽는 사람이 본론을 읽기도 전에 지칠 수 있거든요.
인사를 했으면 소속과 이름을 밝힐 차례입니다. 여러분을 소개하고 상대방의 이름, 직위를 함께 언급해줍시다. 상대를 향한 관심의 표현이자 예의니까요.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 메일을 보낼 땐 인사와 발신자 이름, 소속, 직위까지만 언급하는 게 깔끔해합니다.
용건을 모두 적은 후엔 끝인사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쿠키 드림’이 보편적이고 안전합니다. 원하는 회신 일정이 있다면 덧붙여 적을 수 있겠죠.
메일 마지막에 서명도 꼭 넣어줍니다. 상대방이 문의나 요청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서명엔 이름, 소속, 직위, 연락처를 필수적으로 넣습니다.
C. 본문은 두괄식으로 핵심만
업무용 메일 본문은 두괄식으로 용건을 먼저 제시하는 게 좋아요. 비즈니스 문서에 기교는 필요 없습니다.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게 관건이에요.
본문이 길어진다면 중요한 내용을 따로 강조하는 건 어떨까요. 글자색 변경, 볼드체, 밑줄, 불렛 포인트(·) 사용을 추천드립니다.
‘금일’, ‘차주’ 같은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읽으면 어느 시점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대신 날짜나 시간은 숫자로 정확하게 써줍니다. 누가 봐도 헷갈리지 않도록 쓰는 게 핵심이에요.
오탈자와 맞춤법, 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메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전송하기 전 맞춤법 검사기를 이용해 검토하는 습관을 들입시다.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와 사람인 맞춤법 검사기를 추천합니다.
D. 첨부파일은 알아보기 쉽게
첨부파일을 추가할 경우 메일 제목처럼 파일명을 명확하게 적어줍시다. 순서가 있으면 파일명 앞에 ‘1. 2.’, ‘1_ 2_’처럼 표시하면 알아보기 쉽겠죠. 날짜까지 적어주면 금상첨화예요. 꼭 확인해야 하는 파일이면 메일 본문에서 한 번 강조해주세요.
첨부파일 개수가 많으면 하나의 파일로 압축해서 보내는 걸 추천해요. 파일 용량이 크면 다운로드 기한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한 없는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해 첨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한글, 혹은 워드 문서 파일이면 PDF 파일도 함께 첨부해주는 게 어떨까요.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 문서가 열리지 않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거든요. PDF는 자체 수정이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 수신(TO)과 참조(CC)는 구분해서
업무용 메일에선 수신(TO)과 참조(CC)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기 위함이에요.
수신(TO)에는 업무와 직접 관련된 사람들을 넣습니다. 메일의 수신자가 업무의 주체이자 담당자라고 생각하면 돼요. 참조(CC)는 메일 내용을 알아야 하는 사람들을 넣습니다. 수신자의 소속 팀장이나, 협업하는 관계자들이 참조로 메일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수신자는 수신자끼리, 참조자는 참조자끼리 동등한 직급으로 맞추는 상황도 많습니다.
참조에 이름을 적는 순서도 있습니다. 소속 팀장을 가장 먼저 넣고, 그 다음엔 조직도상 상위 부서나 높은 직급 순서로 입력하는 게 보통입니다. 다만 세부 규칙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F. 전송 직전에 마지막 검토
이제 메일을 다 작성하셨나요. 잠깐,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해보는 건 어떨까요. 파일이 제대로 첨부됐는지, 받는 사람을 제대로 선택했는지 등 혹시 모를 실수를 예방해봅시다.
실수가 두렵다면, 지연 발송 기능을 활용하세요. 지연 발송은 메일을 보내고 설정한 시간 동안 발송을 늦추는 기능이에요. 깜박한 내용이나 뒤늦게 전달받은 수정사항을 반영할 수 있죠.
메일을 보냈다고 다 끝난 게 아니에요. 보통 메일을 보내고 수신자에게 알려주는 게 매너입니다. 상대가 업무를 잊었거나 메일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어요.
G. 알아두면 후회 없는 메일 꿀팁
- 회사 메일 이름은 신중하게
회사 메일 계정은 너무 길지 않고 생년월일 같은 개인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평소 쓰던 ‘Cookiezzangirl95’ 같은 아이디는 추천하지 않아요. 메일 계정은 당신의 첫인상과도 같아요. 앞으로 마주칠 업무 파트너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외국 기업과 소통하는 경우를 대비해 영문 이름 ‘Cookie.Choi’나 약자 ‘cck’를 활용하는 것도 좋으니 참고하세요.
- 사내 메일 양식 확인하기
메일을 쓰기 전 회사에서 기준으로 정한 메일 양식이 있는지 확인합시다. 정해진 메일 양식이 없으면 상사가 쓴 메일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기본이겠죠.
- 회신(Re)과 전달(Fwd)
회신은 메일을 발송한 사람에게 답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회신할 땐 받은 메일에 들어간 참조자를 그대로 포함해 보냅니다. 이를 전체 회신이라고 해요.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는 메일은 전체 회신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일의 진행 상황이 일부에게 공유되지 않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으면요.
메일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공유하려면, 전달(Forward) 기능을 활용해 그대로 넘겨주도록 해요. 전달로 메일을 보내면 수신인과 발신인, 제목, 시간 등을 모두 체크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은 기록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이메일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 기록물이라는 점 잊지 맙시다. 업무 기밀이나 개인적인 내용은 이메일로 남기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hoeun2311@kukinews.com/취재도움=쿠키미디어 이기선 과장. 참고자료=‘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