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 라이엇의 구멍가게식 운영, 2등보다 못한 1등 낳았다

[MSI] 라이엇의 구멍가게식 운영, 2등보다 못한 1등 낳았다

기사승인 2021-05-20 16:36:25
MSI에 출전한 중국의 RNG. 라이엇 게임즈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라이엇 게임즈가 납득하지 못할 운영으로 대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트렸다. 

현재 아이슬란드에서는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열리고 있다. MSI는 스프링 시즌 각 지역별 우승팀이 모여 봄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대회는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이다. 4강 진출팀을 가리는 럼블 스테이지가 19일(한국시간)로 마무리 됐다. 한국의 담원 기아가 1위, 중국의 RNG가 2위, 동남아의 PSG 탈론과 유럽의 매드 라이온즈가 각각 3위와 4위로 4강에 진출했다. 대진 선택권을 가진 담원 기아가 매드 라이온즈를 지목하면서 담원 기아와 매드 라이온즈, RNG와 PSG 탈론이 맞붙는 대진표가 완성됐다. 

MSI 4강 대진표. LCK


그런데 4강 일정이 공개된 후 LoL e스포츠판이 크게 술렁였다. 

역대 MSI를 살펴보면 1위 팀은 매번 금요일에 4강전을 치렀다. 일요일 결승전을 앞두고 휴식 시간과 더불어 결승전 상대를 연구할 여유가 주어졌다. 하지만 라이엇이 공개한 이번 대회 4강 일정에 따르면 담원 기아는 토요일에 경기를 치른다. 2위 RNG는 금요일 경기다.

담원 기아가 4강전 승리 시 제대로 된 휴식 없이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반면, RNG는 PSG 탈론을 꺾으면 담원 기아의 4강전을 토대로 전략을 재정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담원 기아로선 4강전 상대를 결정한 것 외에는 1등으로서의 혜택이 없다시피 하다. 2위보다 못한 1위가 탄생한 셈이다. 

전례 없는 일정 변경에, 라이엇 게임즈가 중국 팀을 편애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밤늦게 치른 경기가 단 한 개도 없었던 RNG의 럼블 스테이지 일정까지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앞서서도 라이엇은 게임즈는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2회 연속 중국에서 개최하고, LoL 2021시즌 티저 영상에서 전 시즌 우승팀인 담원 기아 대신 18년 우승팀인 중국의 IG를 조명하는 등 중국 편애 의혹을 받아왔다. 공교롭게도 미국 게임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2015년 중국 기업 텐센트에 완전 인수된 바 있다. 
2020년 중국 사하이에서 롤드컵이 열린 데 이어, 2021년엔 중국 선전에서 롤드컵이 열린다. 라이엇 게임즈


전 프로게이머이자 해설자인 ‘클템’ 이현우 해설 위원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토요일에 경기를 치르는 팀은 다음날 결승을 치러야 한다. 담원 기아는 매드 라이온즈전만 보고 경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RNG는 담원 기아가 경기하는 걸 보면서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갖 얘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어디 밀어주기 아니냐, 불합리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건 맞다. 중국 팬들이라고 이걸 좋아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럼블스테이지 일정을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나 의아함을 제시할 수 있지 않나. 팬 분들의 반응이 공감이 간다”며 라이엇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날 방송을 함께 한 ‘포니’ 임주완 해설 위원 역시 “MSI 일정이 타이트한 건 맞지만 그 안에서라도 1등한 팀이 최소한의 어드밴티지는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정식으로 항의하고, 해외에서도 이와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자 라이엇 게임즈는 내부 논의를 거쳐 20일 오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르면 RNG는 중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48시간 이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혈청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토요일에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한 진단소를 방문에 채혈을 해야 되는데, 이 때문에 당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어렵다. 라이엇 게임즈는 대체 항공편을 찾아봤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극히 제한적이었고,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담원 게이밍 기아의 '고스트' 장용준. 라이엇 게임즈


이와 같은 해명에도, 라이엇 게임즈의 결정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RNG는 담원 기아와 더불어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4강에 올라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팀인데, 사전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물음표를 자아낸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꼼꼼히 체크해 4강전에 앞서 미리 참가팀들과 상의, 조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일정 조정 과정에서 담원 기아 등 어떤 팀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통보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힘들다. RNG 외의 참가팀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다.

특정 팀의 내부 사정 때문에 대회 시스템을 뒤흔든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RNG가 귀국 일정을 미루는 등 최대한 잡음을 내지 않고 공정하게 대회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회 주최자가 1등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대회의 권위를 떨어트린 꼴이 됐다. 

국내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대회가 구멍가게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게 실망스럽다”며 “참가 팀에게 어떤 대화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바뀐 일정을 통보했다. 라이엇은 부정하겠지만 중국을 편애한다는 의혹에 스스로 불을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침 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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