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표심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민주당 선거 패배 요인으로 ‘페미니즘 과다’가 중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민주당이 소위 ‘이남자 쇼크’를 겪고 있는 이유는 당내 여성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남녀평등복무제, 군가산점제 도입이 논의되는 등 정치권은 이남자 표심 얻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과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과연 ‘이남자’ 프레임이 청년 문제 본질을 제대로 짚고 있을까. 이남자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도리어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건 아닐까.
필자도 ‘이여자’로서 청년 세대에 젠더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최근 편의점 GS25의 남혐 논란만 봐도 그렇다. 포스터 손가락 일러스트가 남혐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라는 것이다. 물론 GS25 남혐 논란은 다양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대학생이 사용하는 ‘에브리타임’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젠더를 주제로 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넘게 올라온다. 청년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젠더에 유독 관심이 많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젠더 이슈보다도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공정’ 이다.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등 공정 관련 사건이 꾸준히 논란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 MZ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부터 급등한 집값까지…현실은 대학만 가면 인생은 알아서 잘 풀릴 것이라는 어른들 말과 달랐다. 이렇듯 청년이 느끼는 불평등에 대한 감각은 여러 사회적 이슈 속 불안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청년 문제 본질에 단순히 성별 갈라치기에 불과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선거 패배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해결 방식은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병제, 군가산점제 도입 등 실현 가능성 낮은 정책제안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청년의 ‘진짜’ 현실에 다가가야 할 때다. 20대를 ‘이대남’ ‘이대녀’라는 프레임으로 나누는 접근은 소모적인 논쟁을 재생산하는 행태일 뿐이다. 정치권이 정말 20대 표심을 얻고 싶다면, 이제는 그들의 불안감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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