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영혼의 떨림을 따라가는 삶이 행복한 삶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영혼의 떨림을 따라가는 삶이 행복한 삶

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제2대학 학장)

기사승인 2021-06-08 12:23:31
박한표 학장
소크라테스의 과제는 아테나인들의 영혼이 최선의 상태가 되도록 돌보는 일이었다. 영혼이라는 말을 나는 잘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말한 "영혼을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라"의 영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나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기초로 하여 '영혼의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영혼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서, 삶의 온전한 방법을 아는 것을 지식의 목적이라고 하였다. 지식의 목적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실천지(實踐知)를 중시하는 것 같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한참 말을 달리다가 멈추곤 한다고 했다. 왜냐 하면 영혼이 뒤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란다. 바쁠수록 영혼을 챙겨야 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우상화하여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최선의 삶이라고 의식화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를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 루저로 규정되면 달리기 명단에서 빼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에 훈련받아 우리는 영혼을 잃어버리거나 놓고 내달리기만 한다. 

영혼을 뒤에 남겨 놓고 달리기만 하는 삶은 우리에게 삶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삶의 정신적 행복은 빼앗긴다.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 멈춰 서고, 비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우리를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절실하다. 

많은 인문학적 지식을 보면, 영혼을 앞세워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삶의 방향을 잡고 따라가는 삶이 행복의 원천이라 말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끔 멈춰 서서 영혼이 뒤따라오기를 기다려주는 삶보다 중요한 것은 영혼을 길잡이로 앞장세워 따라가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후자가 길을 잃지 않고 걷는, 더 좋은 삶의 기술일 수 있다. 영혼의 떨림을 따라가는 삶 말이다. 


나는 매일의 일상에서 영혼이 떨리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지내고 싶다. <리스본 야간열차>에서, 15분밖에 남지 않은 기차를 즉흥적으로 타고 리스본으로 가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근무하던 교장에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다음 문장을 남기고 떠난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노자의 <도덕경> 제80장에서 말하는 노자의 꿈처럼, "내가 먹는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달고 생각하고, 내가 입은 옷이 가장 아름다우며, 내가 사는 집이 제일 편안하고, 내가 누리는 문화를 가장 즐거운 곳(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基俗)"이었으면 한다. 좀 쉽게 말하면,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맛있어 하고, 네가 입고 있는 그 옷을 아름답게 여기며, 내가 살고 있는 그곳을 편안하게 생각하며, 네가 누리고 있는 그 문화에 즐거워하라는 말 같다. 이는 외부에서 오는 더 좋은 것을 꿈꾸기보다는 내 뿌리를 내가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말 같다.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고, 우리는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어지지 않은 거야 ?"하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전 세계 150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기획자 소만 차이나니(Soman Chainani)는 "영혼은 생각을 통해 말하지 않는다. 감정, 이미지, 단서, 실마리를 통해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영혼은 파편처럼 우리 삶 곳곳에, 모든 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면서, 우리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 규칙, 체계, 신념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저 우리가 손에 넣지 못하고 있는 ‘과거 경험의 잔재"라고 한다. 

소만에 의하면, 늘 영혼은 우리 내면에 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영혼과 접촉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는 영혼을 최선의 상태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영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말하면, 영혼의 떨림이 없이 산다는 말이다. 그냥 기계적으로 산다. 그러나 소만은 영혼이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순간에 몰입하여, 자신의 심연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들려주는 목소리, 나의 자아. 두려움, 본능들을 만나는데, 그것들이 나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나만이 혼자 찾아가는 장소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영혼과 접촉 기회를 만들려면, 우리는 날마다 기대하는 게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소만은 말했다. 매일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는 기대감이 있는 하루를 보내야 한다. 영혼은 열망과 자극이 있는 곳에서 더 뚜렷하게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루의 마무리 의식을 세심하게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심호흡을 해도 좋고, 세줄 짜리 일기를 써도 좋고, 오랫동안 그려야 완성되는 그림에 조금씩 색깔을 입히다가 잠들어도 좋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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