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가 2021 'LoL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 서포터 ‘베릴’ 조건희의 부진이 전체적인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담원 기아는 지난 11일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T1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승리였다. 3세트 초반 T1은 담원 기아를 압박하며 격차를 크게 벌렸지만, 중반 안일한 판단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담원 기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리한 전황을 뒤집었고,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여러 가지 약점을 노출했지만 승리를 챙기며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따로 있었다. 지난 13일 담원 기아는 KT 롤스터에 0대 2로 패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았다. 바텀 듀오의 극심한 부진은 계속됐고,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물 오른 폼을 뽐냈던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와 탑 라이너 ‘칸’ 김동하도 이날은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난 스프링 스플릿까지만 해도 담원 기아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 4월 치러진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전, 담원 기아는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3대 0 완승을 거뒀다. 유리한 경기는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불리한 흐름도 역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담원 기아의 경기력에는 빈틈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2021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부터였다. 담원 기아는 LPL(중국 프로리그) 로얄네버기브업(RNG)와의 풀세트 접전 끝에 MSI 준우승을 차지했다. 허수와 김동하의 각성은 고무적이었지만, 바텀듀오의 기량저하는 많은 우려를 낳았다. 두 선수의 부진이 서머 스플릿 초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러한 예측은 어느정도 들어맞고 있다. 현재 장용준과 조건희의 세부 지표는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초반 지표가 극단적으로 나쁘다는 점인데, 15분 골드·경험치·크립스코어(CS)가 모두 최하위권이다. 상대 팀의 노림수에 전혀 대처가 되지 않고 있다.
바텀이 흔들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글러 김건부의 성장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탑과 미드라인의 캐리가 없으면 좀처럼 변수를 만들기 힘들다. 최근 담원 경기에선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MSI의 빡빡한 일정으로 피로에 지친 담원 기아 선수들이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전에도 MSI 참가 팀의 서머 스플릿 부진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6·2017 MSI 우승컵을 들어올린 SKT T1(現 T1), 2018 MSI 준우승의 킹존 드래곤X(現 DRX)는 모두 서머 스플릿 우승에 실패했다. 2018년 MSI 우승팀 RNG 역시 그해 서머 우승은 인빅투스 게이밍(IG)에게 내주고 말았다.
사령탑인 김정균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그는 MSI 이후, 팀 내부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T1전 승리 이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예전부터 많이 고민해봤지만, 결국 견뎌내는 것밖에 답이 없다. 힘들어도 우승이라는 보상, 그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SKT 사령탑 시절에도 김 감독은 지금과 비슷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SKT는 2019 MSI 4강에서 LEC(유럽 프로리그)의 G2 e스포츠와의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이후 SKT는 LCK 서머 스플릿 개막부터 5연패에 빠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13경기에서 11승 2패를 거두며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했고, 플레이오프 기간 ‘도장깨기’를 선보이며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유튜브 다큐멘터리 ‘라커룸’에서 김 감독은 부진에 빠진 선수의 멘탈을 세세하게 케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아울러 ‘위닝 멘탈리티’를 강조하면서 팀이 패배의식에 젖어드는 것을 경계했다. 2019년에 이어 김 감독과 연을 맺은 김동하는 지난 스프링 스플릿 쿠키뉴스와의 정규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고 답한 바 있다.
“부진은 있지만 몰락은 없다”는 LoL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명언을 남긴 김 감독이 초반 담원 기아를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서머매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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