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분양한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전체 분양 가구 수(759가구)의 90%를 넘는 696가구가 미달됐다. 대구의 4월 아파트 미분양 가구 수는 897가구로 작년 10월(1143가구) 이후 최대치로 불어났다.
분양시장이 급속하게 식은 데에는 공급 과잉과 분양가 인상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년(2017~2020년)간 대구에 쏟아진 입주 물량은 6만3769가구로 올해에도 1만6658가구가 입주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가 많이 오른 데다 입주 물량도 워낙 많다 보니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섣불리 청약통장을 꺼내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순위 ‘줍줍’에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동대구역 골드클래스 110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1302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 11.8대 1을 기록하며 '완판'(100% 분양 계약)에 성공했다. 앞서 중앙로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은 2월 26가구 무순위 청약에 8716명이 몰려 평균 33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대구역 한라하우젠트 센트로‧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수성범물 일성 트루엘 레전드 등 분양 단지들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청약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같은 ‘극과 극’인 대구의 상황에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함과 동시에, 청약가점이 높아진 상황에서 ‘로또 아파트’라는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청약 당첨 가점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수요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대구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전용면적 84㎡형 청약 가점은 최고 66.15점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60점이 넘더라도 확실하게 당첨이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 주도의 공급이 계획된 수도권과 달리 대구 무주택 수요자들이 기댈 건 무순위 청약이 유일한 셈이다.
여기에 당첨만 되면 집값 상승이 보장된다고 알려지면서 수요자들의 무순위 청약 열기는 더욱 뜨거운 상황이다. 실제 3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과 입지환경이 비슷한 대구역 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형은 6억9000만~7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동일면적 기준 최대 1억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같은 달 분양한 수성범물 일성 트루엘 레전드 전용면적 84㎡형 분양가도 인근 시세 대비 1억원 가량 저렴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청약 요건을 대폭 강화하자 청약 가점이 낮고 자금이 부족한 젊은 층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대구에서만 올해 2만4000가구 넘게 분양을 앞두고 있어 ‘똘똘한 한 채’ 쏠림 등 옥석가리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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