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미라클 모닝' 아이가 잠든 사이 새벽을 즐깁니다

[놀이터통신] '미라클 모닝' 아이가 잠든 사이 새벽을 즐깁니다

'코로나 우울' 앓는 엄마 아빠…혼자만의 시간 필요
명상·운동·공부 자기계발 ...'챌린지' 2만8000여개

기사승인 2021-06-28 05:00:05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굿모닝~기상했습니다." 

새벽 5시 단톡방(단체대화방) 진동이 울린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하루 시작을 알린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이들이 이른 시간하는 일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운동을 하고, 어떤 이는 독서나 공부 등 자기계발에 집중한다. 공통점이라면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많은 엄마들에게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는 미라클 모닝. 하지만 최근 미라클 모닝에 참여하는 엄마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 5년 차 이모씨(32·여)는 미라클 모닝이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임신이 쉽지 않아 고민이 깊었던 이씨는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나 공복 홈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석달 후 임신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꾸준히 운동을 해왔는데도 미라클 모닝을 할 때 지인들로부터 '안색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살도 많이 빠져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미라클 모닝은 이처럼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으로 새로운 생활 습관(루틴)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남들이 방해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 '무엇을 할 지'가 중요하다.  

미라클 모닝에 빠진 엄마 아빠들은 아이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살림, 육아, 회사에서 벗어나 '아내이자 엄마' '남편이자 아빠'가 아닌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새벽 6시 경기도의 한 헬스장 모습. 사진=임지혜 기자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5시 헬스장에 간다는 김모씨(37)는 "새벽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편하게 운동할 수 있고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해 운동을 다니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한 달째인 유모씨(40·여)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고 있다"며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지만 (현재는) 생활의 활력소"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 모닝'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만 44만개, '미라클 모닝 챌린지'는 2만8000여개을 기록하며 인기를 실감케 한다. 

코로나19 확산은 미라클 모닝을 유행시키는데 한몫했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육아 부담과 스트레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6월12일~7월6일까지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12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들의 일 평균 돌봄 시간은 전업 주부의 경우 무려 3시간 32분이나 늘었다. 맞벌이 주부의 돌봄 시간도 1시간 44분이나 늘었다. 

홑벌이 아빠들의 일 평균 돌봄 시간도 3시간 30분, 맞벌이 아빠 역시 3시간 54분 늘었다. 

서울대학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엄마의 3시간, 그 무게에 대하여(코로나19 팬데믹과 자녀돌봄의 변화)' 브리프 캡처
코로나 사태는 불안감과 우울감도 키웠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3월 22∼23일 전국 17개 광역시도 20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웹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로 불안·우울하다'는 응답 비율이 55.8%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해 4월보다 8.3%포인트(p)나 늘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최근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통해 실시한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우울 위험군 비율은 전체 연령·성별 중 30대 여성이 31.6%로 가장 높았다. 20대 30.4%, 40대는 22.8%로 나타났다. 

극한 상황은 단 1분이라도 휴식을 갈망하게 한다. CTMS 조사에 따르면 전업주부 76.4%가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하게 원했다. 맞벌이 주부 역시 56.5%나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홑벌이 남성은 41.6%, 맞벌이 남성은 33.1%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인스타그램 '#미라클모닝' 캡처
상황이 이렇자 부모들은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자기 돌봄'에 힘쓰기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도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거창한 계획이나 비용은 필요 없다는 것은 매력적. 실천 방식도 자유롭다. 

운동이나 스트레칭, 명상, 외국어·주식·경제 공부, 신문 읽기·독서·다이어리 쓰기 등 각자 자기가 원하는 활동으로 루틴을 만들면 된다. 실행 시간도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사실 아이들이 잠든 이 시각에는 '멍상(멍 때리기+명상)'만으로도 힐링이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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