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작은 인간이다!”…“그래서요?” ③

“태아는 작은 인간이다!”…“그래서요?” ③

의료계, 임신중지 허용기간 ‘10주’ 주장 이유는

기사승인 2021-06-27 07:00:06
임신중지는 여성과 태아의 권리가 대립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치부된다. 낙태죄 폐지는 인권과 생명윤리 분야의 토론 주제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소모적인 도덕 논쟁에서 벗어나 법률적, 정책적, 의료계 쟁점으로 낙태죄 폐지를 뜯어본다.

①낙태죄 폐지는 ‘법률 업데이트’
②임신중절 제한적 허용, 고려사항은 ‘환자의 건강’
③의료계, 임신중지 허용기간 ‘10주’ 주장 이유는
④합법이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고?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산부인과 의사단체들은 임신중지 수술 허용 주수에 가장 제한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여성이 임신을 신속히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 단체는 임신 10주 미만까지 사유의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4주까지 조건없이, 15~24주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를 언급했다.

이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신 24주부터는 모체 밖에서도 태아가 생존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를 비롯한 의료기기와 최선의 의료기술을 동원한다고 가정하면 임신 22주의 태아도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 22주부터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생존 가능한 태아에 대한 임신중절 수술이 허용되면, 수술 시행 당사자인 의료진의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부담은 가중된다. 2019년에는 임신중절 수술 도중 살아있는 채로 태어난 아기를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산부인과 의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산모는 임신 34주차였으며, 강간에 의한 임신이었다. 의사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의사단체들은 정부나 시민단체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의사가 학술적 정보에 근거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포함하지 못한다면, 개정된 법률과 정책도 다시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 허용된 임신중절 수술도 회피하는 의사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피해가 임신중절 수술이 필요한 임신부에게 전가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여성이 임신 사실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산부인과 진료 접근성을 높이고, 임신·출산·임신중절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모든 연령대에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 주수를 둘러싼 숫자 다툼에 매몰되는 것은 실효성 있는 제도를 구상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취재 도움=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19.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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