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를 통해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다. 판사 출신이자 JTBC ‘미스 함무라비’로 호평받은 문유석 작가와 MBC ‘붉은 달 푸른 해’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최정규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배우 지성과 김민정, 지성, 박규영, 안내상, 김재경, 장영남, 백현진 등이 출연한다.
1, 2회는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가상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라이브 법정 쇼는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성의 섬뜩하고 섬세한 표정 연기는 그가 연기하는 강요한이라는 인물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여기에,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독성폐수 유출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을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시범재판’으로 응징한 장면은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강요한의 캐릭터성은 반전의 열쇠가 됐다.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악에 대한 심판자’로서 군림하려는 그의 면면이 드러나며 선과 악을 오가는 ‘악마판사’의 활약이 예고됐다. 여기에, 강요한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선아(김민정), 김가온(진영), 윤수현(박규영) 등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은 긴장감으로 빼곡한 장르물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지성의 연기는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다. 과거 크게 호평 받은 MBC 드라마 ‘킬미힐미’의 다중인격 캐릭터 신세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에선 묘한 반가움이 더해졌다. MBC ‘뉴하트’ 이후 14년 만에 재회한 지성과 김민정이 대립각을 세우는 그림 역시 볼거리다. 진영과 박규영 등 주목받는 신예들은 베테랑 배우들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안내상과 장영남은 탄탄한 연기로 극의 지지대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빠른 전개 속 산만한 흐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충격을 선사한 2회의 폭발 엔딩 역시 갑작스럽게 등장해 몰입을 해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전직 판사가 그려내는 라이브 법정 쇼라는 신선한 장치와, 이를 생중계해 시청률을 따내려는 속물적인 PD가 등장하는 등 가상 세계관 속 현실적인 모습이 ‘악마판사’의 재미 요소다.
◇ 볼까
지성의 연기를 좋아하는 시청자,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법정물을 사랑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역시 볼 만한 부분이다.
◇ 말까
반복되는 장르물에 지친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드라마의 어두운 색채가 피로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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