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00년 초반부터 글로벌 최고의 게임사로 자리매김해온 블리자드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사내 성추문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이와 관련해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면서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과 더불어 차기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블리자드를 상대로 여성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성희롱, 불평등한 급여 및 고용 조건 등 여성 차별적인 사내 문화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공정고용주택국은 지난 2년간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조사한 결과 사내 성희롱 및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에 비해 보수, 승진, 해고 등 인사절차 과정에서 불이익을 수시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블리자드 내부 직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크게 동요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공식적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평등을 위한 파업'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시위는 27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블리자드 캠퍼스에서 진행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을 고려해 현장에는 50여명의 직원들만 참여하며, 나머지 직원들은 온라인 시위에 나선다. 이 시간 동안 재택근무중인 직원들은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SNS를 통해 '#ActiBlizzWalkout'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블리자드의 작품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WoW)'의 선임 시스템 디자이너 제프 해밀턴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WoW 개발팀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최근 외설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와우는 거의 아무런 개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해밀턴의 발언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WoW 이외의 작품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oW의 신규 확장팩 ‘어둠땅’의 업데이트를 비롯해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오버워치2’ 등 블리자드의 다양한 개발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월 24일로 출시일이 확정됐지만, 파업과 임직원들의 조사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이슈로 블리자드의 대외 이미지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회사 경영진은 여성 직원들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 보복에 대해 어떠한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블리자드가 평소 인종, 성별 등 여러방면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고 차별당하는 성소수자 및 소수들을 대변하는 입장에 서 왔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로 인한 파장은 더욱 컸다.
게이머와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블리자드의 성추문에 분노하며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PC, 콘솔 게임의 공략 가이드를 출판하는 프리마 게임즈는 지난 2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블리자드 콘텐츠의 보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마 게임즈는 "기존 보도한 내용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의미 있는 변화를 제정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때까지 어떠한 새로운 것도 작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게임 디자이너 다니엘 제논 클라인은 트위터를 통해 "내일 블리자드에서 파업이 있다"며 "블리자드 게임을 하고 있다면 내일 플레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블리자드 대표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스트리머들도 보이콧 시위에 동창했다. '하스스톤'은 다음달 4일 신규 확장팩 발매를 앞두고 있다. 블리자드는 발매 한 달 전부터 '트럼프', '알리에스트라자', '에디 중위' 등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신규 확장팩 카드를 공개 행사를 맡겼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이들은 신규카드 공개 취소를 전했다.
또한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e스포츠인 ‘오버워치 리그’도 악화된 이미지로 향후 리그의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 겪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2019년 이후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린 블리자드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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