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남자 펜싱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25)이 단체전 금메달로 개인전의 아쉬움을 달랬다.
김정환(38)-구본길(32)-오상욱-김준호(27)로 구성된 대한민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45대 26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에이스 오상욱의 활약이 빛났다.
준결승에서 폼을 절정까지 끌어올린 그는 5-4로 앞서던 결승전 2라운드 무대에 올라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엔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상욱은 현재 세계랭킹 1위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개인전 8강에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에게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컨디션 난조, 떨어진 실전 감각이 발목을 잡았다. 오상욱은 지난 3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판정을 받은 탓에 한 달간 훈련을 쉬었다가 4월 말에야 진천 선수촌에 들어왔다.
오상욱은 이날 단체전 결승 종료 뒤 인터뷰에서 “격리 후 다시 운동하려니 다리가 잘 안 따라오더라. 경기 중 잠깐 다리를 잡은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 자가격리로 인해 훈련을 못해 근육이 빠지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뒤늦게 아쉬움을 전했다.
개인전 탈락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심이 나온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5-4로 앞서던 1라운드, 두 선수가 서로 달려들어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양 투구에 모두 불이 들어왔다. 심판이 바자제의 공격이 더 앞섰다고 판단해 1점을 주자, 한국에서 비디오 판독(VAR)을 신청했다.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됐으나 경기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오심이 발생했다. 심판이 바자제에게 1점을 더해 스코어가 5-6으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스코어 기록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오상욱 본인도, 감독‧코치진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날 무려 9번의 타이를 기록했던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오상욱은 빠르게 눈물을 닦았다. 오상욱은 “개인전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빨리 단체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체전에 좀 더 포커스를 잡아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독일을 만났는데 이전에 패한 기억이 떠올라 경기 도중에도 살짝 뭉클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오상욱의 칼끝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해 있다. 오상욱은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해서 다음 대회에서 금메달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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