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5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나 입당 의사를 밝히고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사퇴한지 148일만, 지난 6월29일 대권도전을 선언한지 31일만의 일이다.
정치권 예상보다 빠른 입당 소식에 이준석 대표조차 전날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에 관해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 말했는데 이 대표가 자리 비운 날에 입당한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고위 당직자는 “자신이 궁지에 몰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국민의힘으로부터 받으면서 이준석 대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윤석열의 배짱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면 각 국회의원들은 당내 캠프 후보들에게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늦을수록 당내 국회의원들을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에서 힘을 받아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당직자는 “이준석의 리더십을 가볍게 본 것”이라며 “이준석의 문재인정권 옹호 발언 등 당내 지지세력이 열악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이준석 당대표를 아예 무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자신의 약점인 박근혜 대통령 불법탄핵, 김경수 드루킹 댓글, 이재수 사령관 자살 등 사실상 많은 악재들을 국민의힘에서 녹일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외부에 있으면 혼자 화살을 맞는데 안에 있으면 그놈이 그놈(불법탄핵한 자들도 많고 사이비도 많음)”이라며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입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윤 전 총장이 말로는 중도세력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보수우파국민의 눈치를 본 것임”이라며 “윤석열은 처음부터 말로는 중도 외연확장했지만 실제 선거에서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보수우파 국민들인데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계속 하향세를 걷게 되자, 국민의힘 지지율로 더 이상의 하락을 막아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며 “여론조사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급하게 입당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간의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장 이사장의 일정은 다소 겹쳤다. 장 이사장이 국민의힘 인사와 ‘회동’을 잡으면 윤 전 총장의 ‘깜짝 일정’을 추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장 이사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의 25일 오찬 회동 사실이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이날 장 이사장과의 만남을 통해 입당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 회동을 했다. 이후 두 사람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3자 번개 만남’을 공지했으나, 사회적거리두기 비판이 나오자 10분 만에 긴급 취소를 알렸다.
윤 전 총장이 전격 입당을 선언한 30일도 장 이사장이 먼저 권 위원장과의 저녁 약속을 잡은 상태였다. 장 이사장과 권 위원장의 회동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공지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러한 양상에 한 정치평론가는 “당 외 주자 두 사람의 입당 신경전”이라며 “장 이사장이 권 위원장과 입당을 논의한다는 것은 미리 공개된 것 아닌가. 입당 2호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지역구도 측면에서도 윤 전 총장이 장 이사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7일 전남 고흥 출신의 송기석 전 국민의당 의원을 영입했다. 전남 고흥은 장 이사장의 고향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깜짝 입당 선언에 이 대표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윤 전 총장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공보실에서는 지도부와 상의 된 건 없다고 했다. 아마 이 대표도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전남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이 이 대표의 ‘부재중’ 속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 선언에 이 대표가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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