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1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세르비아에 61대 65로 졌다.
앞서 열린 스페인과 1차전 패배(69대 73), 캐나다와 2차전 패배(53대 74)에 이어 3패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목표로 하던 1승과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은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만의 올림픽이었지만 여자 농구는 많은 기대를 받지를 못했다. 한국은 A조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국제농구연맹 FIBA 랭킹 3위인 스페인, 4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와 한조에 묶였다. 한국은 순위가 제일 낮은 19위였다. 기대가 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참패’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클 정도였다.
준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리그 최우수선수(MVP) 김한별(BNK)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제대로 된 평가전 없이 남자 중고교팀과 연습을 했다.
심지어 대표팀의 중축인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박지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진촌 선수촌에 합류하질 못했다. 손발을 맞춰본 건 4일 밖에 되질 않았다.
우려 속에 시작한 첫 경기. 한국은 세계랭킹 3위인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때 앞서가기도 했다. 20점차 패배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예상됐던 경기가 대등한 양상으로 펼쳐지자 모두가 환호하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1분여를 10점차로 뒤지고 있던 한국은 4점차까지 쫓아가며 희망을 봤다. 비록 4점차 패배를 받았지만 모두의 박수를 받기엔 충분했다.
캐나다와 2차전에서 3쿼터까지 잘 싸웠지만 4쿼터 점수 차가 벌어지며 53대 74로 다소 크게 패한 우리나라는 1일 세르비아를 상대로는 종료 2분 여전까지 앞서다가 결국 61대 65로 아쉽게 졌다.
신체적 열세 속에서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여자농구 대표팀이었다. 김정은 외 11명 모두 올림픽 무대가 처음이었지만, 세계 강호들과 제대로 맞붙어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주원 감독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와서 보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도 한 번 부딪혀보니 자신감을 얻었다. 그 전에는 선수들이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고 했는데 한 경기를 하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경기가 조금 더 있고, 계속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수 역시 “모두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부딪혀보니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대회에 나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언니들도 나중에 파리 올림픽 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며 “국내에서 외국인 선수라는 자체만으로 선수들이 기가 죽는데 그런 부분에서 생각이 바뀌고,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자농구는 다시 시작점에 섰다. 이번 대회에서 전주원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여자농구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팬들 사이에 싹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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