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면 다 죄인인가요?”
최근 부동산 4채를 보유해 다주택 논란이 있던 김현아 SH사장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자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서는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SH사장 후보자로서 전문성을 갖추면 되지 다주택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김현아 후보자는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포함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부산 금정구 아파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상가, 중구 오피스텔 등 부동산 4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이 SH공사 사장으로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그가 다주택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인사 청문 특별위원회는 특위는 정부·서울시의 공공주택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폄하와 비판으로 일관해왔다고 지적했다. SH공사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와 소신 있는 입장은 물론 설득력 있는 미래 비전 또한 찾을 수 없었기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됐던 다주택자 논란은 단순히 그가 재산을 많이 소유해서라기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소명이 불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특위는 재산 형성 과정이 불분명한 다주택 보유자가 과연 서민 주거복지와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펴는 공기업 사장의 자리에 적절할지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이었다. 여기에 공동대표인 사단법인 ‘도전포럼’의 불투명한 회계거래 문제, 불성실한 재산신고 문제 등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노식래 인사청문 특위 위원장은 “특별위원회에서 다각적으로 심도 있게 검증한 결과 김현아 사장 후보자는 부동산 주택 정책 비판 외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와 공사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가 미흡했다”며 “서울주택도시공사 경영의 중책을 수행하기에는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범법자는 아니다. 4채를 사든 40채를 사든 상관없다”면서 “다만 불로소득과 부의 되물림 현상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장 크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책을 추진해야할 공기업의 수장이라면 자격 여부에 대해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엔 여야 없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자 논란은 여야를 대표하는 거대정당을 막론하고 줄곧 있어왔다. 지난해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논란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트렸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반포 아파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강남 2채’ 보유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참모진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다주택과 부동산 투기 관련 논란으로 줄줄이 물러났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논란으로 자진사퇴했고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세종시 아파트 갭투기 논란에도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했다.
무엇보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다주택자들의 재산 형성은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국민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번에 김현아 전 의원은 과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을 강하게 비난한 점을 들어 이번에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김현아 후보자를 비판한 서울시의회 또한 마찬가지로 다주택 논란이 있다.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30명은 다주택을 보유 중이다. 시의원 4명 중 1명(27.5%)은 다주택자인 셈이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시의원 10명 중 9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관계부처의 공직자, 공무원이라면 부동산 문제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일웅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공적 이익이 아닌 사적 이익 지키기에 몰두하는 공직자, 공무원들의 행태에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공직자들이 선제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자처하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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