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양 위원장 측 변호인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면담을 진행했다. 양 위원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면담은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피의자 면담 절차에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산재사망·중대재해 비상조치 시행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기자회견에서 “산재사망이 줄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말해야 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 보다 더 무서운 삶의 파괴와 노동현장의 비인권적 실태에 대해 말하고 대화하자는 것”이라고 집회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해당 집회에는 불허 통보가 내려졌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강행했다. 약 8000명이 참석했다. 경찰과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지난 6일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 5월 세계노동절대회와 지난 6월 택배상경투쟁, 재해노동자 합동 추모제 등 민주노총 주최 집회 관련 혐의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경찰의 조치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대표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구속 수사를 할 수 있는데도 구속하겠다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도 성명을 통해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응 할 것이 아니라 1년6개월째 묶여있는 집회 및 시위를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일에는 시민·사회·종교단체가 모여 양 위원장 구속영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반복돼 왔다. 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다. 지난 2019년 김명환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주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을 폭행하거나 장비를 파손했다. 국회 경내에도 진입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저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외쳤다. 지난해 법원은 김 위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5년 한상균 위원장도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같은해 4월 열린 세월호 추모 집회와 민주노총 총파업, 같은해 5월 노동절 집회, 같은해 11월 민중총궐기 등에 대한 책임을 한 위원장에게 물었다. 민중총궐기 집회로 인해 경찰관 90명이 다치고 경찰버스 50대를 부순 혐의 등이 적용됐다. 당시 경찰의 강경진압도 논란이 됐다.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고(故)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숨졌다. 대법원은 2017년 한 위원장에 대해 징역 3년, 벌금 50만원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권영길·단병호·이석행 위원장 등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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