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샤우팅] 제왕절개로 셋째 출산한 산모의 마취 사망사고는 예방할 수 없었나?

[환자샤우팅] 제왕절개로 셋째 출산한 산모의 마취 사망사고는 예방할 수 없었나?

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1-08-11 09:06:10
두 아이의 엄마가 셋째 아들을 제왕절개로 출산했지만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산모의 남편인 윤광민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과 사진을 올려 아내의 마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 저는 진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갔습니다. 누워 있는 아내 옆에 두 딸을 서게 하고 ‘엄마에게 인사 해줘, 엄마 하늘나라 가신대’라고 얘기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던 아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안 좋은 상태로 고작 이틀을 더 버티다가 28일, 제 아내는 자기가 힘들게 키운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도 못하고, 열 달 동안 힘들게 뱃속에서 키운 셋째 얼굴 한 번을 못 보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셋째 아들을 제왕절개로 출산했지만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결국 사망하자 남편이 아내의 마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제왕절개로 셋째 아들 출산한 산모가 마취사고로 사망

산모는 2021년 4월 25일 서울에 있는 한 산부인과병원에 입원했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6시 50분경 제왕절개로 셋째 아들을 출산했고, 수술은 오전 7시 40분경 끝났다. 문제는 오전 8시 10분경 담당 의사가 “산모는 아직까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전해주었다. 산모는 오전 8시 45분경 119구급차로 산부인과병원을 출발해 인근 대학병원에 오전 9시경 이송되었다. 

그러나 산모는 대학병원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왔고 30분가량의 심폐소생술로 호흡이 돌아왔다. 중환자실에서 2차 심정지가 또 왔고 심폐소생술로 다시 호흡이 돌아왔지만 뇌부종과 복부 출혈이 심해 의료진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산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이틀간 중환자실에 있다가 28일 오전 9시30분경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이다. 

산모가 사망한 다음날 분만한 산부인과병원 담당 의사는 “마취에서 왜 못 깨어난 건지 모르겠다. 자기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도의상 죄송하다.”는 말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산부인과병원을 취재한 JTBC에 따르면 산부인과병원 측에서는 “문제가 되면 곧바로 이송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에 빨리 이송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출혈에 대해서도 수술 당시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의료수사전담팀 수사 통해 진상 규명 호소

남편은 지난 7월 13일부터 “도와주세요. 와이프가 셋째를 출산하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들과 갓 태어난 아이를 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 버린 아내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현재 46,676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종료일인 8월 12일까지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기 위한 조건인 20만 명의 동의를 채우기 위해 남편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방송을 통해 국민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남편은 청원 종료일인 8월 12일까지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기 위한 조건인 20만 명의 동의를 채우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방송을 통해 국민의 참여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캡처)
남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아내의 마취 사망사고 관련해 “첫째, 해당 병원은 마취전문의가 아닌 마취전문간호사만 입실하여 수술이 진행되었는데 적법한 절차가 맞는지, 둘째, 수술이 끝나고 깨어나지 않음에도 기도삽관이 유지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는지, 셋째, 119 구급대가 출동하였음에도 왜 수술방 앞에서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는지, 넷째,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구급차에 동승하였음에도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다섯째, 수술과정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음에도 왜 출혈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산모의 마취 사망사고는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전담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남편은 “수사 중에 의사들의 의료적 자문을 받을 때 사회적 이슈가 되면 의사들이 객관적으로 자문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국민적 관심이 생기면 아내의 죽음의 진실이 조금이라도 더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고 언론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가 대신 마취전문의가 있었다면 예방 가능할 수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수술 시 마취전문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자주 볼 수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돌담병원 수술실 장면이 나오면 주인공인 외과전문의 역을 맡은 김사부(한석규) 뿐만 아니라 수술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마취전문의 역을 맡은 남도일(변우민)도 보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의사가 수술이 필요할 때면 “마취과에 연락해 수술장 열어 달라”는 말부터 제일 먼저 한다. 수술에 있어서 마취는 부수적인 행위가 아니라 수술만큼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돌담병원 수술실 장면이 나오면 주인공인 외과전문의 역을 맡은 김사부(한석규) 뿐만 아니라 수술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마취전문의 역을 맡은 남도일(변우민)도 보게 된다. (출처: SBS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제6회 방송 캡처)
많은 사람들이 ‘마취’하면 마취 주사 놓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마취 주사는 마취의 극히 일부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마취 전 준비와 마취 시 환자 관찰 그리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조치 등 마취 영역은 수술 안전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 신설된 의료법 제24조의2에서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뿐 만 아니라 전신마취에 대해서도 의사의 설명의무 및 서면 동의의무를 규정했고, 환자 요구 시 동의서 사본 발급의무와 주된 의사 변경 시 서면고지의무까지 규정했다.

2010년 대법원에서도 “의료법 시행규칙에 「전문간호사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 존재하나, 이러한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마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로 자격을 인정받은 것뿐이어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마취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의료행위로 전문간호사가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간호사 단독으로 마취를 시행하거나 간호사에게 마취를 위임하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 및 교사의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서는 ‘전신마취 기관 삽관 및 발관, 정맥 전신마취 등’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 ‘마취 과정에서 기관 삽관이나 후두마스크 삽입 등의 행위’를 마취전문간호사가 했다면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  

남편에 따르면 부검 결과 산모는 5ℓ에 달하는 피를 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제왕절개 인근 부분의 활동성 과다 출혈이 산모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의 원인이 아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체중이 60kg인 경우 몸속 혈액량이 약 4.5L이고, 70kg인 경우 약 5L다. 만일 출혈량이 전체 혈액의 60%를 넘으면 사람은 대부분 사망한다. 출산한 산모의 몸무게가 70kg를 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부검결과 5L의 출혈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추가적인 수혈이 없는 한 산모의 몸속에 있는 혈액 대부분이 출혈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와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된 환자를 제대로 관찰했는지와 빠른 응급조치를 했는지도 진상규명의 중요한 내용이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마취사고 재발방지 위한 정부 대책과 국회 입법 필요

해당 산부인과병원 수술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수납하는 곳과 후문에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사와 마취전문간호사가 의료법상 위법행위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수전담팀에서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마취 관련 진료보조 업무만을 했는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기도 삽관이나 후두마스크 삽입을 한 것은 아닌지, 기도 삽관이나 후두마스크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저산소상 허혈성 뇌손상’에 빠진 것은 아닌지, 부검결과 5L 출혈이 확인되었는데 과다 출혈의 원인이 무엇이고 마취된 환자를 제대로 관찰했는지, 신속한 대학병원 이송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마취사고가 의심될 때부터 대학병원 이송할 때까지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전신마취 관련해 의사의 설명의무가 의료법을 준수되었는지 등”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마취가 동반되는 수술이나 시술에 있어서 마취전문의가 참여해 제 역할만 수행해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환자안전사고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세 아이와 남편을 남겨 두고 마취사고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산모의 죽임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수전담팀에서 산모의 죽음 관련한 실체 진실을 밝혀야 하고, 보건복지부나 국회에서 마취 관련 환자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입법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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