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 살림살이가 그 어느 때부터 힘든 시기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내년 2022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10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건정심 소위가 열렸고, 오늘 8월 26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정부가 부담하는 국고지원금,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이렇게 3가지로 마련된다. 올해 2021년도 건강보험료율은 6.86%(전년도 대비 인상율은 2.89%)이고, 국고지원율은 2021년 건강보험료 수입 대비 14.3%,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20년 말 기준 17.4조원이다.
이번에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는 국고지원율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국고지원금은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국고 14%, 담배부담금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 6%)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예상수입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매년 적게 지원해 왔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미지급한 국고지원금이 21조원이 넘을 정도다. 올해 국고지원율은 2021년 건강보험료 수입 대비 14.3%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 평균 16.4%, 박근혜 정부 평균 15.3%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따라서 정부가 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려면 14.3%에 그친 국고지원율을 대폭 상향하는 책임부터 이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규모도 큰 변수다. 2019년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당시 ‘문재인케어’ 추진에 따라 올해 누적적립금 예상액이 약 14.7조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병의원 이용이 대폭 감소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1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누적적립금 예상액 약 14.7조원을 넘는 재원은 모두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하, ‘문재인케어’)과 2019년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2022년에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여기에 맞는 적정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국고지원율을 올해 14.3%보다 상향해서 지원해야 하고, 다음으로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 준비금 1.5개월 치(약 13조원)를 넘는 누적적립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적정한 수준의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고에서 부담해야 하는 백신 관련 의료비를 제외하더라도 코로나19 관련 검사비·치료비 지불은 계속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최근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CAR-T 세포치료제 등 약값은 고가이지만 효과가 좋은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계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재정 지출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케어’에 포함된 어린이병원비, 노인의료비, 여성·출산의료비, 장애인의료비 등 취약계층의 본인부담 경감을 위한 재정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방역과 의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국민도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6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코로나19 사태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 적정한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