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슬리퍼 신고 장보러 가요”…편의점 전성시대, 마트도 눌렀다

2030 “슬리퍼 신고 장보러 가요”…편의점 전성시대, 마트도 눌렀다

기사승인 2021-08-27 05:15:01
사진=CU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슬리퍼를 신고 편의점 두 군데에서 장을 봤다. 한 곳에서는 치킨을 구매했고, 다른 한 곳에선 반찬과 과일류를 샀다. 그는 “편의점마다 특색이 있어 어떤 곳에선 즉석식품을 사기도 하고, 다른 곳에선 1+1 할인행사에 따라 스낵 등 생필품을 산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6개월 간 마트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편의점이 마트를 넘어 ‘新장보기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근거리 쇼핑이 늘어난 데다 2030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까지 맞물리며 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으로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장보기는 대형마트’라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면서 “특히 편의점은 트렌드 상품과 소포장 등 경쟁력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에 이어 편의점까지 장보기 수요 흡수에 나서자 대형마트 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실제로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매출 비율에서 대형마트를 앞선 지 오래다. 지난 2019년 6월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매출은 18.8%로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의 18.6%를 넘어섰다. 지난달 유통업계 매출 구성비를 봐도 편의점의 매출 비중이 17.3%로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각각 16.5%, 14.2%로 그 뒤를 이었다. 

편의점이 동네 가게를 훌쩍 뛰어넘어 유통업계의 중추가 된 것이다. 장보기 뿐 아니라 보험이나 결제 대행, 통신업 등 새로운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꺼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환전 서비스와 외국인 대상 송금 대금 기능도 넘보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만물상으로 자리매김 하며 소비자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소포장된 귤 등 과일 상품 / 사진=쿠키뉴스
편의점의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은 2030세대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강력한 접근성 아래 1인 가구가 다수인 2030세대를 타깃으로 마케팅에 주력했다. 소포장 제품, 트렌드에 맞춘 간편식, 재미를 주는 먹거리 상품 등으로 이들에 ‘새로운 쇼핑 공간’을 인식시켜 왔다는 평가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은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일종의 ‘실험장’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편의점 CU가 기획해 내놓은 ‘곰표밀맥주’는 SNS상에서 화재가 되며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600만개를 넘어섰다. 카스, 테라 등 기존 맥주를 제치고 CU에서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편의점 판매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었던 제주맥주는 이에 힘입어 지난 5월 맥주 업계 최초 코스닥에 상장했다.  

앞서 편의점에서 장을 본 박씨는 “과자와 맥주 등 편의점 기획 상품이 새로 나오면 호기심에 한 번씩 구매를 하게 된다”며 “포장 디자인이나 맛을 놓고 주위에 공유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기존 상품보다 구매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2030세대를 편의점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이마트24가 390원에 내놓은 민생라면은 지난 2019년 출시이후 누적 1700만개가 팔렸다. CU도 기존 제품보다 절반이상 저렴한 990원 즉석밥과 380원 라면 상품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멜론(1.5KG㎏)을 1+1 행사로 8월 한 달간 9900원에 팔았다. 

최근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해 대용량 제품 구색도 강화하며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편의점 앱에 대용량 카테고리를 추가해 방문 없이 택배로 보내는 식이다. 20kg쌀, 5kg 포기김치, 30롤 두루마리 휴지까지 다양하다. 사실상 편의점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될 것이란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BGF리테일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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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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