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미국 텍사스에서 낙태(임신중단)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이 1일(현지시간) 시행됐다. 강간이나 근친성폭력에 의한 임신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연방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텍사스주 의회를 통과한 일명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이 시행됐다. 임신 6주부터 여성의 낙태를 금지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6주부터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판명할 수 있어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법이다. 에벗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부터 심장이 뛰는 모든 태아는 낙태의 유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며 “텍사스주는 생명권을 항상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임신 6주가 돼도 임신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면 낙태가 이미 법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엄격한 규정 때문에 해당 법은 지난 5월 주의회를 통과 당시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에서 이런 강력한 낙태금지법이 추진된 것은 텍사스주가 처음이 아니다. 공화당이 집권한 곳을 중심으로 최소 12개주가 임신 초기에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소송 등의 과정을 거치며 시행이 보류됐다.
현재 미국 내 대부분 주는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임신 22~24주 이후의 낙태만 금지한다. 다만 미국 대법원이 최근 보수화되면서 향후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텍사스주의 법안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극단적인 텍사스주 법안은 반세기 가량 이어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이 법은 여성, 특히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이 법안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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