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환자의 삶의 질 회복 우선해야

[진료실에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환자의 삶의 질 회복 우선해야

기사승인 2021-09-06 11:45:43
글‧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석 교수

[쿠키 건강칼럼] 지난해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소득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커진 것은 물론이요, 평소 자주 왕래하던 가족, 친지,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사람 간의 온기를 느끼기 어려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는 등 여가 활동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언제쯤 이 긴 터널을 통과해 예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가 어렵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이와 같은 생활의 변화, 삶의 질 저하는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종료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반면,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중증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삶의 질 저하’라는 짐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크론병은 염증이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주로 대장에 국한되어 생긴다는 차이가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나 장내 세균 등의 환경적인 영향과 이에 대한 면역 반응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된 증상은 설사, 복통, 혈변 등을 들 수 있으며, 이외에도 기운이 없고 피로하며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단기간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 지속되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소화관의 손상이 축적되면 여러 합병증 및 장관 기능 소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입원을 하거나 장절제 수술을 받게 된다. 증상이 매우 심한 활동기에는 하루에도 적게는 열 번 가량에서 많게는 수십 번까지 참기 힘든 변의를 느끼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게 되는데, 이 정도 상태의 환자는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고, 정상적으로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많은 요인들은 모두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의 삶의 질 회복과 유지에 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단 초기부터 전문가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장관 손상을 최소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치료에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염증 완화와 점막 치유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더불어, 완치 개념이 없이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객관적인 염증 지표들을 치료 목표로 삼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치료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쉬운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제 및 치료 방법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료진을 신뢰하고 꾸준히 치료를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질환이 발병하기 전의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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