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시작과 비판
도시재생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개발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박 전 시장은 취임 후 대규모 재개발 사업인 뉴타운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대신 지역별로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골목길 등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역사·문화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주거·상업시설을 개·보수하는 정비 방식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이 물리적인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면, 도시재생은 지역 특성이나 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내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됩니다. 사업 주체도 다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이 주체가 되지만, 도시재생은 중앙·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박원순표 도시재생’은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는데요. 도시재생 주요 사업인 도로 포장이나 벽화 그리기, 박물관 및 문화 공간 조성 등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창신·숭인동과 동자동, 서계동, 장위11구역 등 도시재생구역들은 ‘도시재생해제연대’를 만들고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흔적남기기 사라지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흔적 남기기’ 사업은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입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 사업은 개발 초기 주공아파트의 생활양식을 보존해야한다는 논리로 서울시가 추진했던 사업이죠.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단지에서 옛 아파트 1~2개동을 존치해 박물관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며, 현재까지 잠실주공 5단지와 반포주공 1단지, 개포 1·4단지 등 4곳에서 이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여기에 송파구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의 감시탑 등의 보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추진한 흔적 남기기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실상 철회될 전망입니다. 오 시장은 시장 후보 시절 흔적 남기기 사업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주민과 자치구 반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노후 건물을 남겨두는 대신 어린이집과 도서관 등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근대문화 보존은 나름대로의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무작정 방치하는 것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보존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둘 사이 절충안은 전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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